하청 교섭 인정 70%...車·조선·철강·건설·물류 도처가 지뢰밭

  • 원·하청 교섭 현실화에 기업 부담 가중

  • 대기업 재심 판정도 줄줄이 대기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원청 대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비율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빽빽한 원·하청 구조에 갇힌 현대자동차와 한화오션 등에 하청 노조와 교섭에 응하라는 판단이 잇따라 나온 게 대표적이다. 

자동차와 조선을 비롯해 철강, 건설, 물류, 전자 등 주요 산업 현장에서 원·하청 다중 교섭이 현실화하면서 기업들의 대응 부담도 커지는 분위기다.

16일 아주경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실(경북 경산)을 통해 확보한 '노란봉투법 관련 사건 현황'에 따르면 법이 시행된 지난 3월 1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총 451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처리가 완료된 사건은 384건이며 인정 97건, 기각 42건, 취하 245건으로 집계됐다.

취하 사건을 제외한 실질 판정 사건(139건)만 놓고 보면 하청 노조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 인정 비율이 69.8% 수준이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의 원청 교섭권 확대를 골자로 한다.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하청 노조와 교섭에 응해야 한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 사례는 특정 업종에 국한되지 않았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금속노조가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을 인용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다른 협력업체 노조까지 원청 교섭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협력사는 8500개가 넘는다. 

한화오션에 대해서는 사내식당을 운영하는 웰리브 소속 노조원들과 산업안전 관련 사항에 대해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화오션이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 이의신청 재심 신청'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초심에서 판단을 유보했던 한화오션의 웰리브지회 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업계에선 현대차와 한화오션 판정이 주요 원·하청 교섭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심 단계에서도 원청의 사용자성이 상당 부분 유지되는 모습이다. 지난 10일까지 중노위에 접수된 노란봉투법 관련 재심 사건은 총 26건이다.

중노위는 앞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와 SK에너지 하청 노조의 분리 교섭 요구 사건에 대해 초심 기각 결정을 유지했다. 반면 포스코이앤씨가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본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은 그대로 유지했다. 조선대학교병원 청소용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 역시 인정했다.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이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해선 초심인 지노위의 결정을 뒤집고 중흥토건·중흥건설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중노위는 17일 포스코와 인천국제공항공사, 고려아연 등 주요 기업 사건에 대한 재심 판정을 앞두고 있다. 다음 주에도 SK에코플랜트와 현대제철,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기업 사건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원·하청 교섭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내 산업 구조를 고려하면 원청의 책임 확대는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평가한다. 개정된 노조법 2조는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하청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종선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원장은 "국내 원·하청 구조에서는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가진 원청이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제도가 변화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하청 노동자들과 성실하게 대화하며 해법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