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업계의 중동 시장 공략에 다시 탄력이 붙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누적됐던 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들도 현지 시장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은 분쟁 속에서도 K푸드의 신흥시장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올해 1~4월 GCC(걸프협력회의) 권역으로의 농식품 수출액은 1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6%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8.9%)이나 중국(15.5%)의 수출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높은 구매력과 약 20억 명 규모의 무슬림 시장, K콘텐츠 확산 효과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처럼 견고한 성장세에 종전 호재가 더해지자 주요 기업들은 현지 사업 확대와 수출 재개에 속도를 낸다. 동원F&B는 올해 1월 계약 이후 현지 사정으로 보류됐던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향 수출 물량 선적을 이달부터 본격 재개한다. 동원F&B는 현재 UAE, 이라크 등 중동 5개국에 동원참치와 양반김 등 20여 종의 할랄 인증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김부각과 떡볶이 등으로 품목 확대를 추진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전초기지 삼아 주변국으로 사업 반경을 넓힌다. 현지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할랄 인증 비비고 김스낵과 비비고 볶음면을 중심으로 대형 유통망 입점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라면업계 역시 중동 시장 지배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농심은 부산 할랄 전용 라인에서 생산한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 49개 할랄 인증 제품을 중동 전역에 수출하며 최근 5년간 연평균 12%의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앞으로는 신라면 로제 등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을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삼양식품 역시 중동 매출이 2024년 500억 원에서 지난해 660억 원 수준으로 늘어난 만큼, 불닭 브랜드를 중심으로 소스류와 프로틴 파스타 '탱글' 등 라인업을 다변화한다. 오뚜기의 경우 올해 초 UAE 두바이에서 개최된 식품 전시회 '걸푸드 2026' 부스 참가를 계기로 진라면과 치즈라면 등의 바이어 발굴 및 현지 영업망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외식 브랜드의 중동 시장 공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구축한 할랄 인증 생산기지를 거점 삼아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내 전 매장의 할랄 기준 충족을 완료했다. 제너시스BBQ 역시 최근 브루나이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등 중동 및 무슬림 접경 국가로의 영토 확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수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과 맞물려 그동안 제조 원가를 압박해온 공급망 차질 우려도 점차 해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제품 포장재의 핵심 원자재인 나프타는 분쟁 직후 수급량이 평시의 70% 수준까지 급감해 기업들이 원료 조달처를 우회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는 평년 대비 85~90% 수준까지 공급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유가·해상 운임 안정화와 함께 수익성 방어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이러한 정세 변화가 당장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구매 계약 구조나 선박 운송에 소요되는 리드타임을 고려하면 원가 하락 효과가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아직 환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실적은 환율 리스크 관리 능력에 따라 기업마다 희비가 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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