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미나토구에 거주하던 88세 남성은 부족할 게 없었다. 예금 6000만 엔(약 5억6811만원), 본인 명의의 아파트. 자녀가 없는 그는 이 아파트를 판 돈에 예금을 보태 1억 엔(약 9억4700만원)이 넘는 돈으로 노후를 여행하며 보낼 생각이었다. 살 집은 임대로 옮기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중개업소를 돌 때마다 같은 답이 돌아왔다.
"소개해 드릴 방이 없습니다."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집주인들이 꺼린 건 그가 숨지거나 인지 기능이 떨어졌을 때 대신 책임져 줄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어떤 집은 70세 이하 보증인을 요구했다. 아는 사람 중 그렇게 젊은 이는 없었다. 4개월 만에 겨우 집을 구한 그는 "세상이 매정하다"고 했다.
73세 남성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2024년 8월 황혼 이혼으로 혼자가 된 그는 재산 분할로 받은 300만 엔을 들고 살 곳을 알아봤다. 공영주택은 예금이 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민간 임대로 눈을 돌려 "월세 10개월치를 미리 내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도 긴급연락처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집주인이 월세 체납보다 더 무서워하는 게 있다. 바로 고독사다. 방 안에서 홀로 숨진 뒤 발견이 늦어지면, 그 뒷처리 비용이 고스란히 집주인 몫으로 남는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소액단기보험협회가 집계한 1건당 평균 손해액은 원상회복비와 유품·가재도구 처리비, 임대료 손실을 합쳐 112만 5510엔에 달했다. 부패가 진행되면 체액이 스며들어 일반 청소로는 지우기 어려운 오염과 냄새가 남아, 소독·탈취를 위한 특수청소가 필요해진다. 특수청소를 거치면 국토교통성 가이드라인상 '사고물건'으로 분류돼 3년가량 입주 희망자에게 알려야 한다.
'고독사 보험'까지 등장
이같은 죽음의 비용을 노린 상품이 '고독사 보험'이다. 임대주택에서 고독사가 발생했을 때 집주인의 손실을 보상한다. 협회 조사에서 보험금 지급은 2025년 3월까지 1년간 2220건으로, 월평균 기준 10년 새 약 4배로 늘었다. 보험금이 지급된 사망자는 평균 63.6세에 80% 이상이 남성이었다. 협회 측은 물가·인건비 상승으로 복구 비용이 올라 집주인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본에서 고령자가 집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모습이다. 국토교통성이 2021년도에 정리한 조사에서 집주인의 66%는 고령자를 세입자로 받는 데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 이유로는 "방 안에서의 사망사고 등에 대한 불안"이 90%를 차지했다. 총무성에 따르면 2023년 일본 전국 빈집 약 900만 호 중 절반이 임대용이지만, 정작 고령자가 빌릴 집은 부족하다.
갈 곳이 줄어드는 고령자를 위해 지자체가 직접 움직였다. 나고야시는 2022년도부터 혼자 사는 고령자가 입주하면 집주인이 낼 고독사 보험료를 대신 낸다. 도쿄도 지요다·미나토구 등도 비슷한 보험에 가입했고, 신주쿠·도시마구는 보험료 일부를 보조한다. 중앙정부도 2025년 개정 주택세이프티넷법으로 지자체에 고령자 등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촉진을 의무화했다. 집주인 불안을 덜지 못하면 고령자의 주거난은 더 심해진다.
일본에서 혼자 죽음을 맞는 일은 더 이상 드물지 않다. 내각부는 지난 4월 자택에서 홀로 숨진 뒤 8일 넘게 발견되지 않은 '고립사'가 2025년 한 해 2만 2222명으로 추산됐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첫 추산인 2024년보다 366명 늘었다. 남성이 약 80%, 65세 이상이 약 70%였다. 1인 가구 비율은 2050년 44.3%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일본에서 고독사는 복지를 넘어 임대·보험시장과 지자체 재정이 떠안는 비용 문제가 됐다. 그러나 고령자가 돈이 있어도 집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은 그대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