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곤봉 폭행' 직후 만나는 中·필리핀 외교장관…갈등 확산 막을까

  • 中 왕이 아세안 회의 참석 계기 회동

  • 남중국해 충돌 놓고 상호 비방전

  • 中, 필리핀 대사 초치 '강력 항의'도

  • 남중국해 긴장 완화 모색할 듯

필리핀 해군 장병과 중국 해경대원들이 20일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 인근에 좌초된 필리핀 군함 주변에서 충돌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필리핀 해군 장병과 중국 해경대원들이 20일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 인근에 좌초된 필리핀 군함 주변에서 충돌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물리적으로 충돌하며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양국 외교장관이 2년 만에 회담을 열고 갈등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 외교부는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21~2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부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필리핀 외교 수장의 만남은 2024년 7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도미닉 임페리얼 필리핀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지역 정세가 아세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논의될 것"이라며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왕이 부장이 중국-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앞서 밝힌 바 있다.

최근 중국과 필리핀 간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양국이 어떤 해법을 모색할지 관심이 쏠린다.

회담 직전인 20일에도 양국은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인근 해역에서 충돌한 직후, 서로 현장 영상까지 공개하며 상대방의 도발을 맹비난했다.

필리핀 해경은 중국 해경대원 8명이 탄 고무보트가 암초에 정박 중인 필리핀 군함에 접근해 촬영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측이 퇴거시키려 하자 중국 측이 나무 곤봉으로 필리핀 해군 장병들을 폭행해 1명이 부상하고 고무보트 1척이 파손됐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측은 필리핀 측이 먼저 도발과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해경은 "필리핀이 사실을 왜곡하고 중국을 모함하고 있다"면서 "현장 상황을 안정적으로 통제했고, 최대한 절제된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남중국해 충돌과 관련해 주중 필리핀 대사도 긴급 초치해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은 고조돼 왔다. 지난 12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중재 판정 10주년을 맞이해서도 양국은 부딪혔다.

필리핀은 미국·일본·호주·영국 등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해 PCA의 판결을 재확인한 반면, 중국은 "PCA 판정은 불법적이고 무효이며 아무런 구속력도 없는 휴지조각"이라고 반발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중국 학계에서 "필리핀 바탄 제도는 중국의 주권 범위 안에 있다"고 주장해 필리핀이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앞서 5월 말엔 일본과 필리핀이 대만 동부와 필리핀 북부 사이 해역에서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대륙붕 경계 획정 협상에 착수하자 중국은 자국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중국은 필리핀이 최근 미국·일본과 군사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대중 견제 움직임으로 보고 경계해 왔다.

이번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 같은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주펑 난징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중국과 필리핀 외교장관이 회담에 나설 의향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긍정적인 신호이며, 양측 모두 외교 채널을 통해 갈등 위험을 줄이기를 희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라이 량 푹 선임 연구원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은 필리핀이 미국,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것"이라며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으로서도 올해 아세안 회의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중국과의 소통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다만 올해 회의에서 남중국해 행동규범(COC) 체결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OC는 중국과 아세안이 남중국해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만들고 있는 공동 규범으로, 필리핀은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연내 COC 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라이 연구원은 "필리핀이 미국·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지속적으로 심화하고 있는 만큼 중국으로선 올해 COC를 체결하려는 동기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과 필리핀이 단기적으로 의견 차이를 관리하고 해상 충돌의 확대를 막는 게 더 현실적인 목표일 것"이라며 "양측은 여전히 남중국해에서 마찰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왕이 부장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마닐라에서 만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펑 교수는 "중국과 미국 모두 지역 긴장이 더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외교적 소통을 강화하고 잠재적 갈등을 관리하는 것은 양측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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