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기후위기 섬나라 위한 세계유산 전략 채택

임상우 외교부 공공외교대사가 2026년 7월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계기 군소개발도서국SIDS 세계유산 전략 부대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임상우 외교부 공공외교대사가 2026년 7월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계기 군소개발도서국(SIDS) 세계유산 전략 부대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바다에 잠겨 가는 섬나라들의 유산을 지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첫 종합 대책이 나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1일 기후변화로 유산 소멸 위기에 놓인 군소개발도서국(SIDS)을 지원하는 새 전략을 채택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문화와 자연을 품고 있으면서도 정작 세계유산 목록에서는 늘 변방에 머물러 온 나라들이다.

숫자를 보면 격차가 한눈에 들어온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따르면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SIDS는 39개국이다. 전체 협약국의 5분의 1이나 되지만, 이들이 가진 세계유산은 전체 1248건 가운데 고작 37건, 약 3%다. 나우루와 니우에, 동티모르는 등재 유산은커녕 후보 명단조차 올리지 못했다.

투발루를 보면 이들의 처지가 실감난다. 산호초 섬 9개로 이뤄진 이 태평양 국가의 가장 높은 지점은 해발 5m가 안 된다. 지난 40년 동안 주변 바다는 세계 평균보다 두 배 빠르게 차오르면서, 2050년이면 수도의 절반이 물에 잠긴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미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5000여 명이 호주의 기후이주 비자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그런 투발루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세계유산 등재에 도전했다. 마을회관과 타로 경작지, 성지까지 국토 전체의 문화경관을 통째로 올리겠다는, 바다에 잠기기 전에 기록으로라도 남기겠다는 전례 없는 시도였다.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가 채택한 이번 전략은 바로 이 격차를 메우자는 것이다. 섬나라 정부들이 스스로 유산을 찾아내고 등재하고 지켜낼 수 있도록 앞으로 8년간 역량을 키워주는 이행 계획이 담겼다.

사실 SIDS를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카리브해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이들 나라를 유엔은 1992년부터 별도의 개도국 그룹으로 분류해 왔다. 기후 변화의 맨 앞줄에 서 있는데 정부 규모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축이다. 니우에 인구는 1300명 남짓이고, 투발루 국토는 다 합쳐도 26㎢. 여의도의 아홉 배쯤 되는 크기다.
 
군소개발도서국SIDS 대표들이 2026년 7월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계기 SIDS 세계유산 전략 부대행사에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군소개발도서국(SIDS) 대표들이 2026년 7월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계기 SIDS 세계유산 전략 부대행사에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이 작은 덩치가 그동안 이들이 뒷전으로 밀려난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유산 하나를 등재하려면 신청서에 비교연구, 관리계획까지 몇 년짜리 전문 작업이 따라붙는데, 공무원 수십 명 규모의 섬나라 행정부가 감당하기엔 벅찬 일이다. 국제사회의 지원금과 전문 인력도 유산이 많고 제도가 갖춰진 큰 개도국 쪽으로 먼저 흘러갔다. 정작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섬나라들은 줄 맨 뒤에 서 있었던 셈이다.

전략 출범에 맞춰 외교부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부대행사를 함께 열었다. 모리셔스, 몰디브, 쿡제도, 쿠바 등 도서국 대표 1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기후 회복력과 거버넌스, 정책 개발, 공동체 참여 같은 핵심 과제를 놓고 앞으로 8년을 어떻게 끌고 갈지 머리를 맞댔다.

임상우 외교부 공공외교대사는 개회사에서 전략 채택을 반기며 "SIDS는 뛰어난 문화·자연유산이 존재함에도 기후변화 등 여러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부대행사를 통해 SIDS 지역의 유산 보호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공유되고 실질적 협력의 기반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략이 채택된 무대도 의미가 있다. 한국이 1988년 협약 가입 이후 처음으로 유치한 세계유산위원회다. 19일부터 29일까지 이어지는 회의에는 196개 협약국에서 3000명가량이 부산을 찾아 신규 등재와 보존 정책을 심의한다. 개막 첫날에는 기후변화와 무력분쟁, 무분별한 개발에 맞서 국제협력을 유산 보호의 기본 원칙으로 삼자는 부산선언도 채택됐다.

투발루에게는 이 모든 논의가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100년, 국토의 95%가 만조 때마다 물에 잠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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