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궁' 노윤서 "아쉬움, 끝도 없지만…설득할 수 있는 연기 하고파"

넷플릭스 동궁 주연 배우 노윤서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동궁' 주연 배우 노윤서 [사진=넷플릭스]
데뷔작 '우리들의 블루스'(2022)부터 '일타 스캔들'(2023), 영화 '청설'(2024)에 이르기까지. 특유의 씩씩하고 당찬 에너지로 자신만의 선명한 궤적을 그려온 배우 노윤서가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을 통해 연기 행보의 새 정점을 찍었다. 옹주의 신분으로 스산한 귀매(⻤)들의 세계를 마주하는 심지 곧은 인물 '생강'을 입은 노윤서는 한층 단단해진 화면 장악력을 증명해 냈다. 

"사극도 처음이고 오컬트도 처음이고, 판타지 장르 자체가 처음이었어요. 대본을 봤을 때는 웹툰이나 만화를 보는 느낌도 있었고 게임을 보는 느낌도 있었어요. '이게 어떻게 나올까' 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공개된 결과물을 보니 제 상상보다 더 멋진 그림이 완성됐더라고요. 감독님과 스태프분들이 만들어 온 과정이 너무 뿌듯하고 감회가 새로웠어요."

육체적 고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장르임에도 주저 없이 작품을 선택한 동력은 온전히 캐릭터가 지닌 매력에 있었다.

"사극은 고생한다는 이야기가 많잖아요. 쉽게 도전 한 건 아니었지만 겪어보지 않았지 때문에 오히려 '오케이, 도전'하고 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하. 그리고 고생보다 생강이라는 캐릭터와 극의 스토리라인이 훨씬 재미있어서 '고생하겠다'는 마음은 뒷전이 되었고,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앞섰어요. 생강이는 냉철할 때는 냉철하면서도, 누군가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목숨까지 걸고 움직이는 사람이에요. 신분이 있는데도 자기 몸을 불사질러서 해결해 나가는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생강이를 그려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넷플릭스 동궁 주연 배우 노윤서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동궁' 주연 배우 노윤서 [사진=넷플릭스]

스스로 선택한 생강의 서사를 단단하게 빚어내기 위해 촬영 전부터 연출진과 끊임없이 인물의 목적성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생강이가 만나는 인물들이 정말 많았어요. 구천과의 케미도 있고, 대비, 왕과도 각각 얽힌 서사가 촘촘했어요. 몸으로도 부딪히고 감정적으로도 많이 부딪히는 인물이라, 각 인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많이 이야기했어요. 생강이는 쫓겨났던 옹주잖아요. 그래서 궁 밖에 있는 동안 생강이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어떤 마음으로 다시 궁에 들어왔을지, 목적성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려고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보이지 않는 크리처와의 호흡은 배우에게 상상력과의 치열한 싸움을 요구했다. 하지만 다행히 '꺼먹살이'의 실제 모형 덕분에 어렵지 않게 감정을 끌어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꺼먹살이는 실제 촬영장에 모형이 있었어요. 약간 돌처럼 무거운 질감의 인형 크기 모형이었는데, 슛이 들어가면 치워야 하니까 그전까지 계속 보면서 '여기에 존재하겠구나' 하고 상상했어요. 감독님이 나중에 애니메이션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이 친구가 어떻게 커질지, 귀신이 어디서 어디로 움직일지 같은 디테일을 미리 설명해 주셨어요. 그런 설명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귀매들을 쫓는 험난한 여정 속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 구천(남주혁 분)과의 관계성은 극을 이끄는 주요한 축이다.

"처음에는 괴이하고 이상한 자이지만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불신도 있었고, 제가 향해가는 목적에 필요한 사람, 도움이 되는 사람 정도였죠. 그런데 서로 자기 이야기를 꺼내고 힘이 되고, 중요한 순간에 서로의 목숨을 구하게 되면서 유대감이 깊어졌어요. 나중에는 원래의 목적도 중요하지만, 이 사람을 살리는 것 자체가 목표의 중요한 우선순위가 되는 관계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전우애가 맞는 것 같아요. 다만 연기할 때는 이름을 붙이기보다는 상황에 집중했어요. '이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맹목적인 감정,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몰입했던 것 같아요."
넷플릭스 동궁 주연 배우 노윤서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동궁' 주연 배우 노윤서 [사진=넷플릭스]

장영남, 조승우 등 극의 중심을 잡아준 베테랑 선배 연기자들의 존재는 현장에서 그에게 살아있는 교본과도 같았다.

"장영남 선배님은 평소에도 너무 좋아하던 배우였어요. '일타스캔들' 때는 많이 붙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번 작품에서 조금이나마 호흡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결과물을 보면서 '이런 대비마마가 있었나' 싶을 만큼 강렬하게 표현하시더라고요. 현장에서도 외적으로 어떻게 보일지보다 오로지 캐릭터만 생각하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고민하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조승우 선배님께는 생강과 왕의 관계도 많이 물어봤고 촬영이 끝난 뒤에도 대본 분석을 어떻게 하시는지,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하시는지 여쭤봤어요. 처음에는 '별거 아니다, 너도 잘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제가 계속 캐물으니까 캐릭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상상하는 것, 이 사람이 어떻게 걸을지 같은 것부터 정말 디테일하게 조언해 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어요."

최정규 감독 특유의 정교한 미장센으로 빚어진 '동궁' 속 노윤서는 완성된 작품을 보며 스스로도 몰랐던 낯선 얼굴을 발견하기도 했다. 

"실제보다 더 예쁘고 멋지게 담아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어요. 색감과 조명, 촬영이 워낙 예쁘고 멋지다 보니 인물도 그렇게 나온 것 같아요. 뒤로 갈수록 피폐해지는데 그 나름대로 구천과 생강이가 꼬질꼬질 예쁘더라고요. 재미있게 봤어요. 제가 연기하면서 매번 모니터를 할 수는 없잖아요. 편집된 결과물을 보면서 '생강이가 이런 생강이구나' 하고 느꼈어요. 특히 아버지와 붙는 장면에서 '내가 이런 표정을 지었구나, 선배님들은 이런 표정이었구나' 하면서 봤어요.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담아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어요."

'동궁'은 배우 노윤서의 필모그래피에 남긴 굵직한 흔적만큼이나 개인적인 연기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첫 타이틀롤로서 극 전체를 조망하는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긴 호흡의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참여한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큰 흐름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숲을 보는 법에 대해 감독님과 많이 의논했어요. 나무도 보고 숲도 볼 줄 아는 관점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던 작품이에요. 사극이자 판타지 장르이다 보니, 어떤 표정을 써야 더 효과적으로 보이는지, 인토네이션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평이하게 치지 않고 어떻게 해야 장면이 더 살아나는지 촬영하면서 많이 깨달았어요. 그래서 배운 게 많았고, 더 발전시켜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치열한 도전을 마친 뒤 남는 연기적인 아쉬움마저 그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건강한 동력으로 삼는다.

"저는 안 아쉬웠던 적이 없어요.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편이라 저만의 아쉬움이 있고, 끝도 없어요. 그런데 그런 아쉬움이 동력이 돼서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거기에 매몰되는 편은 아니고 '오늘 할 거 잘하자, 내일 할 거 잘하자' 하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건강한 아쉬움이라고 생각해요. 사극에 다시 도전한다면 말투나 발성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개선할 지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요. 그런 부분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테크니컬하거나 보이는 것에만 신경 쓰면 기반이 무너질 수 있으니까 캐릭터 연구를 더 많이 하려고 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다수의 시청자분들을 설득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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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동궁' 주연 배우 노윤서 [사진=넷플릭스]

그의 필모그래피를 돌이켜 보면 유독 씩씩하고 주체적인 인물들의 얼굴이 담겼다. 생강 역시 그 연장선에서 만난 가장 능동적이고 용감한 얼굴이었다.

"저도 모르게 그런 캐릭터에 끌리는 것 같아요. 생강이만 봐도 '와, 멋진 여성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분이 있음에도 목표를 향해 맹목적으로 나아가고, 진취적이고 능동적으로 몸으로 부딪히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멋졌어요. 그동안의 캐릭터 중에서도 생강이가 가장 겁 없고 몸으로 부딪히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저는 생강이만큼은 못해요. 다만 저와 비슷한 부분을 굳이 찾자면 나약한 편은 아닌 것 같아요. 힘든 일이 있으면 충분히 느끼지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를 괴롭히는 데까지는 잘 안 가는 것 같아요. 나름 단단한 편인 것 같고, 그런 게 조금씩 묻어나오는 것 같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노윤서는 '동궁'을 보지 않은 예비 시청자들을 향해 확신에 찬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였다.

"일단 볼거리가 굉장해요. 눈이 쉴 틈이 없는 작품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감도 그렇고, 액션과 귀신, 여러 장르가 합쳐진 시리즈라 보는 재미가 많을 것 같아요. 선배님들의 호연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도 많이 느끼실 수 있을 것 같고, 많이 보지 못했던 귀신들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전설이나 설화 속에 있는 새로운 유형의 귀신들도 나오고 귀여운 귀신도 있으니까 여태껏 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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