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에 대한 재상고 기한이 일주일가량 남은 가운데 재계에선 944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재산분할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최 회장 측이 재상고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해도 재산분할금을 모두 충당할 수 없는 만큼 그룹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인정한 노 관장의 재산 증가 기여도를 놓고 한 번 더 다툴 수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두 사람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한 재상고 기한은 오는 17일이다. 이날까지 양측 모두 재상고하지 않거나 상고포기서를 내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된다. 한쪽이라도 재상고하면 사건은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
최 회장은 그동안 자신이 보유한 SK㈜ 주식은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재산'이어서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재산분할 대상이 맞다고 보고 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을 기준으로 SK㈜ 주식 가치를 평가한 후 이 중 3분의 1인 9440억원을 재산분할금으로 산정했다.
재계에선 최 회장이 현재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는 9440억원을 지급하는 데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유력한 자산으로는 최근 SK그룹이 두산그룹으로 매각을 결정한 SK실트론 지분 29.39%가 꼽힌다.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의 가치가 2조3000억원으로 산정된 만큼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 가치도 단순 셈법으로 9570억원에 달한다.
SK실트론이 비상장사인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상장 전까지 회사 경영에 크게 관여할 수 없는 '죽은 지분'이 되고 만다. 반면 두산그룹은 중복상장에 대한 시장 우려를 고려해 SK실트론을 상장하지 않고 그룹의 전략 자산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최 회장 입장에선 매각 거래가 마무리되는 내년 1월까지 제값을 받고 두산에 SK실트론 잔여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문제는 최 회장이 SK실트론 주식을 2017년 현금으로 사들인 게 아니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형태로 확보했다는 데 있다. SK실트론 주식을 확보한 증권사들이 세운 특수목적법인 주식을 SK㈜ 주식을 담보로 확보하는 거래다.
SK실트론 지분을 두산에 매각하더라도 당시 매입대금과 운용 수수료, 세금 등을 제외하면 최 회장이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5000억원 선일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평가한다.
결국 남은 4000억원은 SK㈜ 주식을 담보로 투자은행이나 증권사에서 대출을 받아야만 한다는 계산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지주사 SK㈜ 주가가 오르고 TRS 해지로 추가 대출에 대한 여력이 커졌다고는 해도 배당금으로 4000억원 넘는 원금·이자를 갚는 것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SK그룹이 인공지능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예고한 상황에서 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게 재계 평가다. 최 회장은 소송 장기화에 따른 여론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재상고를 통해 재산분할금을 5000억원대 이하로 낮출 필요가 있다.
법조계에선 최 회장 측이 파기환송심 판결 중 재산분할 비율을 산정할 때 SK㈜ 주가가 항소심 종료 시기에서 파기환송심 종료 시기까지 약 2년 3개월 동안 4배가량 오른 것을 반영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대법원에서 산정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재산분할금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파기환송심 판결 후 최 회장 측은 "20년에 가까운 혼인 해소 과정에서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이혼이 확정됐고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이 선고됐다"며 "최 회장은 지금까지 과정에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데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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