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트론 지분 팔아도 1조원 마련 어려워...복잡해진 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셈법

  • 실트론 잔여 지분 매각해도 재산분할금 지급 어려워

  • SK㈜ 주식 담보대출 불가피...경영권 악영향

  • 파기환송심 재산분할 기준에 문제 제기 가능성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조정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조정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에 대한 재상고 기한이 일주일가량 남은 가운데 재계에선 944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재산분할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최 회장 측이 재상고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해도 재산분할금을 모두 충당할 수 없는 만큼 그룹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인정한 노 관장의 재산 증가 기여도를 놓고 한 번 더 다툴 수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두 사람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한 재상고 기한은 오는 17일이다. 이날까지 양측 모두 재상고하지 않거나 상고포기서를 내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된다. 한쪽이라도 재상고하면 사건은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

최 회장은 그동안 자신이 보유한 SK㈜ 주식은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재산'이어서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재산분할 대상이 맞다고 보고 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을 기준으로 SK㈜ 주식 가치를 평가한 후 이 중 3분의 1인 9440억원을 재산분할금으로 산정했다.

재계에선 최 회장이 현재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는 9440억원을 지급하는 데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유력한 자산으로는 최근 SK그룹이 두산그룹으로 매각을 결정한 SK실트론 지분 29.39%가 꼽힌다.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의 가치가 2조3000억원으로 산정된 만큼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 가치도 단순 셈법으로 9570억원에 달한다.

SK실트론이 비상장사인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상장 전까지 회사 경영에 크게 관여할 수 없는 '죽은 지분'이 되고 만다. 반면 두산그룹은 중복상장에 대한 시장 우려를 고려해 SK실트론을 상장하지 않고 그룹의 전략 자산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최 회장 입장에선 매각 거래가 마무리되는 내년 1월까지 제값을 받고 두산에 SK실트론 잔여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문제는 최 회장이 SK실트론 주식을 2017년 현금으로 사들인 게 아니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형태로 확보했다는 데 있다. SK실트론 주식을 확보한 증권사들이 세운 특수목적법인 주식을 SK㈜ 주식을 담보로 확보하는 거래다. 

SK실트론 지분을 두산에 매각하더라도 당시 매입대금과 운용 수수료, 세금 등을 제외하면 최 회장이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5000억원 선일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평가한다.

결국 남은 4000억원은 SK㈜ 주식을 담보로 투자은행이나 증권사에서 대출을 받아야만 한다는 계산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지주사 SK㈜ 주가가 오르고 TRS 해지로 추가 대출에 대한 여력이 커졌다고는 해도 배당금으로 4000억원 넘는 원금·이자를 갚는 것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SK그룹이 인공지능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예고한 상황에서 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게 재계 평가다. 최 회장은 소송 장기화에 따른 여론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재상고를 통해 재산분할금을 5000억원대 이하로 낮출 필요가 있다.

법조계에선 최 회장 측이 파기환송심 판결 중 재산분할 비율을 산정할 때 SK㈜ 주가가 항소심 종료 시기에서 파기환송심 종료 시기까지 약 2년 3개월 동안 4배가량 오른 것을 반영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대법원에서 산정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재산분할금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파기환송심 판결 후 최 회장 측은 "20년에 가까운 혼인 해소 과정에서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이혼이 확정됐고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이 선고됐다"며 "최 회장은 지금까지 과정에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데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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