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호 태풍 ‘돌핀’이 중국 동부로 향하며 한반도를 비껴간 가운데 제15호 태풍 ‘찬홈’은 일본 열도를 거쳐 동해로 진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찬홈의 직접적인 상륙 가능성은 낮지만, 태풍이 몰고 오는 동풍과 수증기가 동해안에 비를 뿌리면서 한반도 폭염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서쪽에는 중국 상하이 서쪽에서 제13호 태풍 돌핀에서 약화한 열대저압부가, 동쪽에는 제15호 태풍 찬홈이 자리하고 있다.
돌핀은 한반도 남쪽 해상을 거쳐 중국 쪽으로 이동,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으나 찬홈은 일본 북동부를 거쳐 동해상으로 진출하는 경로가 예상되면서 동해안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간접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가운데 찬홈이 주목받는 이유는 위치와 회전 방향에 따라 우리나라에 동풍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북반구에서 태풍을 비롯한 저기압성 소용돌이는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이에 따라 찬홈이 한반도 동쪽에 자리 잡으면 우리나라 쪽으로 동풍이 불어 들어오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 동풍은 동해에서 수증기를 머금은 뒤 태백산맥과 만나 상승하면서 동해안에 비를 내리게 된다. 이후 산맥을 넘어 서쪽으로 내려오는 공기는 상대적으로 건조하고 따뜻해지는 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같은 태풍의 영향을 받더라도 동해안은 비가 내리고, 태백산맥 서쪽 내륙은 오히려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거나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예보상 강원 동해안·산지와 경북 동해안·경북 북동산지를 중심으로 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14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울릉도·독도 30~80㎜, 강원 동해안·강원 산지·경북 동해안·경북 북동산지 20~60㎜, 부산·울산·경남 남해안과 경남 동부 내륙 10~40㎜, 제주 산지 5㎜ 안팎이다.
특히 13일 오후부터 밤 사이에는 경남 해안과 동부 내륙에도 비가 오는 곳이 있겠고, 14일 밤부터는 제주 산지에도 비가 예상된다.
찬홈이 한반도에 직접 상륙하지 않더라도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한반도를 뒤덮었던 열돔을 약화시키는 기압계 변화다.
최근 한반도를 덮었던 강한 고기압이 약화하면서 이미 폭염의 기세가 한 차례 꺾였다. 10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24.8도를 기록하며 이틀 연속 열대야에서 벗어났고, 강원 대관령은 17.6도까지 내려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찬홈의 접근은 이 같은 기압계 변화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태풍이 한반도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흔들고 동풍을 강화하면 한반도 상공의 뜨거운 공기가 일부 밀려나면서 폭염이 일시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찬홈이 열돔을 완전히 깨뜨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태풍의 중심이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국내에 미치는 영향도 주로 동해안과 해상을 중심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가뭄이 이어지는 지역에서는 찬홈이 가져오는 비가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다.
다만 동풍이 태백산맥과 만나면서 지형적인 상승이 더해질 경우 특정 지역에 비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 찬홈 역시 단순히 ‘가뭄을 해소해주는 효자 태풍’으로만 볼 수는 없다. 태풍의 위치와 속도, 수증기 유입 정도에 따라 강수량과 집중호우 지역이 달라질 수 있어 최신 예보를 확인해야 한다.
해상에서는 찬홈의 영향이 더욱 직접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동해상에는 강한 바람과 높은 물결이 예상되며 동해 중부와 남부 해상을 중심으로 풍랑이 거세질 수 있다. 남해와 서해 남부 해상 역시 돌핀에서 약화한 열대저압부의 영향으로 바람이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현재는 달의 인력이 강해지는 대조기와 겹쳐 해안가에서는 밀물 때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전남·경남 남해안과 제주 해안, 동해안에는 너울성 파도가 강하게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방파제나 갯바위 등에서 파도를 구경하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태풍이 직접 상륙하지 않더라도 태풍 주변의 바람과 수증기, 높은 파도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찬홈의 영향이 끝난 뒤 폭염이 완전히 사라질지도 아직 지켜봐야 한다.
태풍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더라도, 태풍이 빠져나간 뒤 한반도 주변에 다시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 기온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실제 과거 태풍이 폭염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린 뒤 다시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무더위가 재개된 사례가 있다. 따라서 이번 찬홈 역시 ‘폭염의 종결’보다는 한반도 기압계를 흔드는 단기 변수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기상청은 태풍의 진로와 강도가 계속 변할 수 있는 만큼 최신 태풍정보와 기상특보를 확인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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