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돌의 가치②] 카파도키아는 '돌'을 세계유산으로 만들었다…목포 '유달산응회암'은 잠자고 있다

  • 수천만 년 화산활동이 남긴 목포의 자산…유달산·갓바위에서 원도심까지 연결 가능

  • 산정동 응회암으로 지은 문태고 본관…근대 석조건축물 '돌의 출생지' 전수조사 필요

  • 청송은 응회암 지질자원 세계지질공원으로 키워…목포도 '지질+건축+역사' 관광 가능

  • 손혜원이 주목했던 목포 원도심의 가치…이제 건물 넘어 '돌'의 역사까지 들여다볼 때

 
목포의 자연의 바람과 파도 그리고 세월이 만들어 갓바위로 탄생한 응회암 걸작사진김옥현 기자
목포의 자연의 바람과 파도, 그리고 세월이 만들어 갓바위로 탄생한 응회암 걸작.[사진=김옥현 기자]

세계적인 관광도시 가운데는 남들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돌’ 하나에서 도시의 가치를 발견한 곳들이 있다.
 
튀르키예 카파도키아가 대표적이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응회암층이 오랜 세월 비와 바람에 깎이면서 기묘한 봉우리와 계곡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비교적 가공하기 쉬운 암석을 파내 집과 교회, 수도원과 지하공간을 만들었다.
 
오늘날 카파도키아의 괴레메 국립공원과 암석유적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미국 뉴멕시코의 밴들리어 국립기념물 역시 응회암을 단순한 돌로 보지 않는다. 선주민들은 화산재가 굳어 만들어진 비교적 부드러운 응회암을 블록으로 다듬어 집을 짓고 절벽을 파내 생활공간을 만들었다.
 
수백 년이 흐른 지금 그 흔적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그렇다면 목포는 어떤가.
 
목포에도 이들과 같은 이름의 돌이 있다.
 
‘유달산응회암’이다.
 
목포 시가지 상당 부분에 분포하고 유달산과 갓바위 등 목포를 상징하는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이 돌은 지금까지 관광자원보다는 너무 흔한 ‘목포의 돌’로 취급돼 왔다.
 
그러나 관점을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목포의 자연과 건축, 개항과 근대도시 형성의 역사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청송은 응회암을 ‘지질관광’으로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응회암은 더 이상 지질학 교과서에만 등장하는 암석이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경북 청송이다.
 
청송은 백악기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두꺼운 화산쇄설암층을 비롯한 다양한 지질유산을 관광과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주왕산 일대의 기암단애와 협곡 등은 화산활동과 침식작용이 만들어낸 지형으로, 청송의 지질자원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라는 국제적인 브랜드로까지 성장했다.
 
중요한 것은 돌 자체가 아니다.
 
돌에 이야기를 붙이고 지질과 경관, 역사와 주민들의 삶을 연결했다는 점이다.
 
목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 세계적인 관광도시 카파도키아도 출발은 화산재였다
 
튀르키예 카파도키아의 괴레메 계곡 일대에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응회암층이 광범위하게 발달해 있다.
 
비와 바람의 침식은 이곳에 ‘요정의 굴뚝’으로 불리는 독특한 지형을 만들었다.
 
그러나 자연만으로 오늘날의 카파도키아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암석을 파고 들어가 주거공간과 교회, 수도원 등을 만들면서 자연과 인간의 역사가 결합됐다.
 
결국 카파도키아 관광의 본질은 ‘돌 구경’이 아니다.
 
돌과 함께 살아온 인간의 이야기를 파는 관광이다.
 
미국 밴들리어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의 응회암은 화산재가 굳어 만들어졌다. 비교적 부드럽고 가공하기 쉬운 특성 때문에 선주민들은 응회암을 블록으로 만들어 건축재료로 사용했고 절벽을 파내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세계는 그렇게 평범해 보이던 돌을 역사와 교육, 관광산업으로 바꿨다.
 
□ 목포에는 이미 ‘응회암 건축물’이 존재한다
 
목포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이 목포 문태고등학교 본관이다.
 
1950년대 건립된 문태고 본관에는 목포 산정동에서 채석한 응회암이 사용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목포의 다른 오래된 석조건축물에는 어떤 돌이 사용됐을까.”
 
목포에는 개항 이후 만들어진 수많은 근대건축물이 남아 있다.
 
구 일본영사관을 활용한 목포근대역사관 1관,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을 활용한 근대역사관 2관을 비롯해 원도심에는 근대도시 목포의 역사를 보여주는 건축자산이 밀집해 있다.
 
2018년 유달동 일대 11만4038㎡는 개항 이후 형성된 근대도시의 역사성과 생활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됐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들 오래된 석조건축물이 모두 목포산 응회암으로 지어졌다고 현재 단계에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것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 목포 근대건축물 ‘돌의 DNA’를 찾아라
 
목포시가 지질학자와 건축사학자, 문화유산 전문가 등과 함께 원도심 근대건축물과 오래된 석축 등에 사용된 석재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어떤 암석인지, 어디에서 채석됐는지, 목포에 분포하는 유달산응회암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인지 과학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를 가칭 ‘목포 근대건축 석재 기원 전수조사’로 추진해 볼 만하다.
 
조사 결과 문태고 본관처럼 목포에서 채석한 응회암으로 지어진 건축물이 추가로 발견된다면 목포 관광에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생긴다.
 
‘목포의 땅에서 나온 돌로 목포 사람들이 도시를 만들었다.’
 
이 한 문장이 유달산과 원도심을 연결한다.
 
지금까지 목포 관광에서 유달산과 근대역사문화공간은 각각의 관광지였다.
 
하지만 ‘돌’을 매개로 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 손혜원이 바라봤던 목포…‘낡은 것’ 속에 숨어 있던 가치
 
여기에서 되짚어볼 사람이 손혜원 전 국회의원이다.
 
손 전 의원을 둘러싼 목포 원도심 부동산 문제는 당시 투기 의혹 등 적지 않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왔다.
 
그에 대한 정치적·법적 평가와는 별개로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그가 비교적 일찍부터 목포 원도심의 근대문화유산 보존과 활용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2017년 목포 근대문화유산 보존과 활용방안 토론회에 참석했고, 목포시가 국회 세미나에서 근대문화유산과 도시재생 사례를 발표하도록 하는 등 목포 원도심의 역사문화적 가치에 관심을 나타냈다.
 
당시 사람에 따라서는 낡고 쇠퇴한 거리로 바라봤던 공간에서 보존하고 활용할 가치를 찾으려 했던 것이다.
 
그 시선을 지금 한 단계 더 확장해 볼 필요가 있다.
 
건물을 봤다면 이제 그 건물을 이루고 있는 ‘돌’을 볼 차례다.
 
100년 된 건축물의 가치를 발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건물을 이루는 재료가 어디에서 왔으며, 목포의 자연환경과 도시 형성에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어쩌면 목포의 진짜 관광자원은 새로운 시설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수십 년, 수백 년 또는 수천만 년 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 유달산에서 돌을 보고 원도심에서 역사를 만난다
 
목포가 응회암을 관광자원화한다면 단순한 지질탐방로를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가칭 ‘목포 스톤로드(Stone Road)’ 또는 ‘유달산응회암 지오로드’라는 관광콘텐츠를 검토할 수 있다.
 
출발점은 유달산이다.
 
유달산에서 응회암이 만들어진 지질학적 역사를 설명하고 노적봉과 원도심으로 내려와 목포의 개항사를 만난다.
 
이어 근대역사문화공간과 석조건축물을 둘러본 뒤 갓바위로 이동해 자연이 만든 응회암 경관을 관찰한다.
 
문태고 본관처럼 목포산 응회암 사용이 확인된 건축물도 하나의 거점으로 연결한다.
 
여기에 고하도와 주변 섬의 지질자원까지 조사해 포함한다면 산과 원도심, 바다와 섬을 하나의 관광동선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관광객은 단순히 유달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수천만 년 전 화산활동→응회암 형성→자연경관→채석→건축→개항도시 목포→오늘의 도시’라는 시간여행을 하는 셈이다.
 
□ 돌 하나에도 이름표를 달자
 
방법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응회암을 관찰하기 좋은 장소에 작은 안내판 하나를 설치하고 QR코드를 찍으면 암석의 생성연대와 특징, 목포의 지질 이야기가 스마트폰에 나타나도록 만들 수 있다.
 
원도심 석조건축물에는 건축연도만 적는 것이 아니라 석재 종류와 산지까지 표기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 건물의 돌은 목포 산정동에서 왔습니다.’
 
이 한 문장이 관광객에게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지역에서 채석한 응회암을 활용한 기념품과 교육프로그램, 지질해설사 프로그램도 가능하다.
 
다만 자연암석이나 문화유산을 훼손해 기념품을 제작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사·보존을 전제로 한 모형과 디자인 상품 등으로 접근해야 한다.
 
□ ‘근대문화도시 목포’에서 ‘지질문화도시 목포’로
 
목포에는 이미 상당한 관광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유달산이 있고 바다가 있고 섬이 있다.
 
근대역사문화공간과 갓바위도 있다.
 
문제는 각각의 관광자원을 하나의 목포 이야기로 묶어낼 연결고리다.
 
‘유달산응회암’은 그 연결고리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청송이 지질과 자연경관을 세계지질공원이라는 브랜드로 성장시켰고 카파도키아가 응회암 지형과 인간의 역사를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발전시켰다면 목포 역시 자신이 가진 지질자원의 가치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물론 목포를 카파도키아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지질의 형성과 규모, 경관과 역사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목포가 따라가야 할 것은 카파도키아의 규모가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 돌에서 이야기를 찾아낸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학술조사가 필요하다.
 
유달산응회암의 정확한 분포와 생성과정, 관찰지점을 체계화하고 근대건축물 석재의 종류와 채석지를 전수조사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유달산·원도심·갓바위·고하도를 연결하는 지질관광 기본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관광객이 찾아오는 도시는 반드시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드는 도시만은 아니다.
 
이미 가진 것을 남들과 다르게 보여주는 도시도 관광도시가 된다.
 
목포 사람들이 너무 흔하게 보아왔기에 그동안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던 돌.
 
그 돌이 수천만 년의 자연사와 100여 년의 근대도시 역사, 그리고 오늘의 관광산업을 연결하는 주춧돌이 될 수 있다.
 
이제 목포가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왜 지금까지 발밑의 유달산응회암을 관광자원으로 바라보지 못했는가.”
 
그 질문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목포’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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