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대금 정산기한 60일→35일…유통업계 반발 속 소상공계도 '우려'

  • 직매입 60일→35일·온라인 중개 40일→20일…정무위 통과

  • 유통·소상공계 "발주 축소 우려"…차등 적용·보완책 요구

8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 사진연합뉴스
8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대형 유통업체의 납품대금 지급기한을 크게 앞당기는 법안에 속도를 내면서 유통업계뿐 아니라 중소상공인 단체에서도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납품업체의 자금 회전에 숨통을 틔운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거래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기한 단축이 발주 축소와 정산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 1일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를 통과한 지 이틀 만이다. 개정안은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심사를 남겨두게 됐다. 
 
이번 개정안은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지급하는 직매입 상품 대금의 법정기한을 상품 수령 후 최대 60일에서 35일로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약매입과 오픈마켓 등 온라인 중개 거래의 지급기한도 40일에서 20일로 줄인다. 월 1회 정산할 경우에는 매입 마감일로부터 20일 안에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유통업체의 책임이 없는 사유로 지급이 어려운 경우 대통령령으로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유통업계는 자금 부담 증가와 제도 부작용을 들어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KOLSA)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정산기한의 일률적 단축이 유통 생태계의 회복과 상생을 해쳐서는 안 된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직매입은 유통업체가 상품을 직접 사들여 소유권과 재고·판매 위험을 떠안는 구조다. 지급기한을 60일에서 35일로 줄이면 아직 팔리지 않은 상품에 대해서도 납품업체에 먼저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 유통업체의 현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게 협회 측 주장이다.
 
협회는 또 온라인·홈쇼핑의 경우 청약철회와 반품·환불, 품질검수 등을 거쳐 매출이 확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금을 먼저 지급하면 사후 정산 과정에서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며 시행 유예와 단계적 단축, 업태·거래유형·기업규모별 차등 적용을 요구했다.
 
중소상공인과 플랫폼업계도 우려를 표했다.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는 “중소업체에는 며칠 빠른 정산보다 안정적인 발주 물량 확보가 생존의 핵심”이라며 발주 축소 가능성을 지적했다. 한국중소상공인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유통사의 유동성 부담이 신생·중소 브랜드의 매입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다만 실제 정산기간은 법정 최대기한보다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서면실태조사에 따르면 평균 지급기간은 직매입 27.8일, 특약매입 23.2일, 위수탁 21.3일, 매장임대(을) 20.4일이다. 직매입은 평균적으로 이미 개정안이 정한 35일 이내에 대금이 지급되고 있어 법 개정의 영향은 정산기간이 긴 업체와 거래를 중심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산을 며칠 앞당기는 것보다 납품업체가 안정적으로 거래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통사의 자금 부담이 신상품이나 중소기업 상품 매입 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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