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화웨이·샤오미 등 자국 스마트폰 업체를 등에 업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의 중국 스마트폰 공급망 입지는 좁아지는 반면, 애플 의존도가 심화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8일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올해 1~3분기 샤오미향 올레드 누적 출하량은 680만대로 전년 동기 1280만대보다 46.9%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의 샤오미향 올레드 가운데 플렉시블 제품 비중은 약 5%였지만 올해는 사실상 전량이 리지드 올레드로 구성됐다. 중국 패널사들이 샤오미의 플래그십과 중상급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올레드 공급을 확대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공급 영역이 보급형 리지드 제품 중심으로 좁혀진 것이다.
중국 패널사들의 영향력 확대는 폴더블 올레드에서도 두드러진다. 중국 패널 업체들의 폴더블 올레드 출하량은 2021년 약 130만대에서 지난해 1000만대 이상으로 늘었다. BOE는 화웨이·오포·비보, TCL차이나스타(CSOT)는 모토로라·샤오미·아너 등에 폴더블 올레드를 공급하고 있다. 화웨이와 샤오미가 최근 잇달아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이는 등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중국 패널사에도 안정적인 수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중국 패널 업체들의 올레드 시장 침투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유비리서치는 BOE·CSOT·비전옥스·티안마 등 중국 4개 패널사의 글로벌 폴더블 올레드 출하량 합산 점유율이 내년 처음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점유율은 올해 61.9%에서 2030년 41%로 낮아지는 반면 BOE는 같은 기간 25.5%에서 32.8%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스마트폰 공급망에서 자국 패널사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과 달리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여전히 국내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아이폰 올레드 공급 비중은 삼성디스플레이 59%, LG디스플레이 27%로 양사를 합쳐 86%에 달했다. BOE는 14%였다.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용 올레드 역시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애플이라는 특정 고객에 집중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스마트폰 올레드 출하량 가운데 삼성전자와 애플향 물량이 약 90%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폴더블 아이폰뿐 아니라 올레드 아이패드 미니와 맥북 프로 패널까지 단독 공급하며 애플과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애플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최대 고객사 한 곳에서 발생한 매출은 14조835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7.5%를 차지했다. 최대 고객사 매출 비중은 2022년 44.9%, 2023년 52.1%, 2024년 53.7%로 높아진 데 이어 지난해 57%까지 치솟았다. 고객사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고객사를 애플로 보고 있다.
애플 중심 공급 구조가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고부가 물량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고객의 제품 전략이나 판매 실적에 따라 국내 패널 업체들의 실적과 가동률이 좌우될 수 있는 데다 BOE 등 중국 업체들도 애플 공급망 진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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