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는 넷플릭스 새 시리즈 '스캔들'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정지우 감독과 배우 손예진, 지창욱, 나나가 참석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은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손예진 분)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지창욱 분)이 벌이는 발칙하고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한 여인 희연(나나 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1782년 출간된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프랑스 고전 소설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한다. 앞서 2003년 배용준·이미숙·전도연 주연의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로 각색돼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만큼, 당대의 화제작을 23년 만에 넷플릭스 시리즈물로 새롭게 재탄생시킨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선 후기는 훨씬 정교하고 세련된 사회였다. 이를 멋지게 그려보고 싶었다"며 "특히 조씨부인과 희연의 관계는 이전의 서사에서는 다뤄진 적 없는 새로운 이야기다. 그 관계성을 생생하게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시리즈물만이 가질 수 있는 서사의 확장을 예고했다.
유교적인 금기에 맞서 유혹의 내기를 제안하는 권력의 중심 '조씨부인' 역은 손예진이 맡아 극의 중심을 묵직하게 이끈다. 무려 24년 만에 사극에 복귀한 그는 조씨부인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입체적인 매력에 완벽하게 매료되었다고 털어놨다.
손예진은 "인간의 본성인 욕망을 다루는 이야기인데, 그 욕망이 철저히 금기시되었던 조선시대가 배경이라는 점이 몹시 흥미로웠다"며 "과거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남아있어 이 이야기가 시리즈로 어떻게 풀릴지 궁금했고, 무엇보다 이제는 저도 그런 짙은 감정과 욕망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작품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조씨부인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그는 섬세한 '장인 정신'을 발휘해야 했다.
손예진은 "조씨부인의 겉으로 보이는 정숙한 표정, 입 밖으로 내뱉는 대사, 그리고 진짜 속마음이 모두 달랐다. 아주 미묘하고 섬세하게 디자인하지 않으면 캐릭터를 살릴 수 없을 것 같았다"며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감독님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숙제처럼 풀어나갔다. 어렵지만 참 재미있는 과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조선 최고의 연애꾼이자 내기의 판에 뛰어드는 '조원' 역의 지창욱과 청상과부 '희연' 역의 나나는 기존 영화 속 인물들의 강렬한 잔상을 지우고 자신만의 색채로 캐릭터를 다시 그려냈다.
지창욱은 원작이 주는 묘한 감정선과 2026년의 새로운 재해석에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당연히 앞선 선배님들의 훌륭한 연기가 떠오를 수밖에 없지만, 캐릭터 자체가 너무 달라 오히려 따라 할 수조차 없었다"며 "감독님과 상의하며 나만의 조원을 구축하려 노력했고, 색깔이 전혀 다른 두 여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데뷔 이후 필모그래피 최초로 사극에 도전한 나나는 자신의 실제 유년 시절을 캐릭터에 투영하는 진정성을 보였다.
나나는 "희연은 그동안 한 번도 보여드린 적 없는, 제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소극적이고 세상을 두려워하던 어린 시절의 성격과 꼭 닮은 인물"이라며 "제가 이해한 희연의 감정을 최대한 솔직하고 투명하게 표현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정지우 감독은 이토록 어려운 서사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세 배우를 향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 감독은 "배우들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제가 선택을 받은 것"이라며 "손예진 씨는 작품 전체의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캐릭터를 믿게 만들어 전체 드라마를 책임지는 '슈퍼 히어로' 같았다. 지창욱 씨는 본래 가진 다정함에 유머를 한 스푼 더해 극을 풍성하게 만들었고, 나나 씨는 전통적인 여인상에서 벗어난 매력으로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었다"고 극찬했다. 이와 더불어 돈과 명예에 집착하는 뻔뻔한 역할을 사랑스럽게 소화해 낸 한선화의 활약에도 기대를 당부했다.
특히 이번 '스캔들'은 연출적인 면에서도 차별화를 꾀했다.
정 감독은 "한국 관객을 넘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판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소개하고 싶어 판소리로 시작해 판소리로 마무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청각적인 쾌감까지 예고했다.
영화 방영 당시 화제를 모았던 파격적인 수위에 대한 질문에도 정 감독은 미소를 지으며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짧지만 강렬한 한마디를 남겼다.
탄탄한 원작 소설을 뼈대로, 깊어진 서사와 새로운 관계성, 그리고 믿고 보는 배우들의 폭발적인 연기 시너지로 23년 만에 재탄생한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은 오는 18일 전 세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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