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드디어 발행어음 인가를 받았다. 지난 2017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된 이후 9년 만이다. 지난해 키움증권과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에 이어 삼성증권까지 가세하면서 발행어음 시장은 8개사 경쟁체제로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56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진 발행어음 시장에서 증권사 간 조달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제15차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증권에 대해 자본시장법 제360조에 따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등 요건을 갖춘 초대형 투자은행(IB)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 발행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조달 수단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잔액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55조929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말 44조3912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1조5380억원, 26.0% 증가한 규모다. 한국투자증권의 2분기 말 발행어음 잔액은 22조468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증권 11조31억원, 미래에셋증권 10조5776억원, NH투자증권 8조7752억원 순이었다. 이들 4개사의 잔액만 52조원에 육박해 전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업계 5번째로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은 키움증권은 올해 2분기 말 잔액을 1조8160억원까지 확대했다. 하나증권은 9993억원, 신한투자증권은 2899억원의 잔액을 기록했다.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았다.
향후 메리츠증권을 비롯해 발행어음업 진출을 추진하는 증권사까지 가세할 경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규 사업자들의 진입이 증권사 간 금리와 상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발행어음 진출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신증권 또한 자기자본이 4조원이 넘는다.
다만 시장 확대와 함께 증권사들의 자금 운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경쟁이 심화될수록 조달금리와 운용처 사이의 수익성 관리가 중요해진다. 또한 모험자본 등 적정 운용처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시장금리와 조달금리 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단순히 조달 규모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결국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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