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재점화] 다시 꺼내든 개헌 추진…여야, 시기·권력 구조 놓고 또 다시 충돌

  • 與, 4년 중임제·권한 분산…野 "李 정부서 논의 없다"

  • 당정 개헌론 동시 띄워…정치권 합의 여부가 최대 관건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개헌 논의가 다시 정치권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권 중심으로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시기와 권력 구조 개편 방향을 놓고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실제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987년 이후 40년 가까이 유지돼 온 헌정 체제를 바꾸는 논의가 이어질지는 결국 여야가 얼마나 접점을 찾느냐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에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비롯해 대통령 권한을 일부 분산하는 방안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이 한번 더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국정 운영 책임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정책 추진 연속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야권에서는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논의 시점과 구체적인 내용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헌이 특정 정권이나 정치 세력의 이해 관계에 따라 추진돼서는 안된다며 충분한 국민적 논의와 여야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 서면 인터뷰에서 "대통령 책임을 강화하고, 권력을 더욱 적절하게 분산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14일에도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로 바꾸는 방안을 거론했고, 필요하다면 본인 임기를 단축할 수 있다는 뜻도 나타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개헌을 꺼내 들었다. 김 대표는 "현행 헌법과 법률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조정식 의장이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은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언급해 논란이 일었던 만큼 김 대표는 속도와 범위에 대해선 국민 공감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권력 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정부 임기 중 개헌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부 여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려 하고 있지만, 제 1야당이 협상 거부를 선언하면서 시작부터 대치에 부딪히는 모습이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전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 대통령의 중임제 개헌 언급을 거론하며 "'연임 안 한다', '재판 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고 못 박으며 개헌 추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결국 관건은 여야가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 합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권력 구조와 임기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됐고, 실제 개헌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에도 큰 틀에 대한 공감대와 달리 세부 내용을 놓고 이해 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권력 구조 개편과 관련된 입장 차이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방안부터 대통령 권한을 국회와 정부에 분산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까지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절차 역시 만만치 않다. 헌법 개정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의결할 수 있고, 이후 국민 투표를 거쳐야 한다. 여야 협력 없이는 개헌안 자체를 국회 문턱까지 올리기 어려운 구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대통령 임기를 조정하는 문제가 아닌 국정 운영 틀 자체를 바꾸는 문제"라며 "특정 정당이나 정권의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추진돼서는 안 된다. 여야 각자에게 유리한 개헌안을 주장하기 시작하면 과거처럼 공방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기를 정해 놓고 서두르기 보다는 충분히 논의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우선 대통령 권한과 국회 역할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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