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日까지 '철강 빗장'…K철강, 수출 새 판 짠다

  • 관세·반덤핑·세이프가드까지 전방위 압박

  • 현지화·고부가·사업다각화로 활로 모색

지난해 10월 12일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2일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기존 수출 공식을 다시 짜고 있다. 미국의 50% 철강 관세에 이어 유럽연합(EU)이 무관세 수입 물량을 대폭 줄이고 일본도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규제를 강화하면서다. 국내 기업들은 현지 생산과 고부가 제품 확대, 신사업 진출 등으로 사업 전략을 다변화하며 보호무역 시대에 맞춘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한국 철강을 겨냥한 각국의 무역장벽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2026년 상반기 대(對)한 수입규제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제품에 대한 전 세계 수입규제는 241건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11건 늘었다. 이 가운데 철강·금속이 113건으로 전체의 46.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올해 상반기에 새로 시작된 한국 제품 대상 수입규제 조사 25건 가운데 철강·금속도 7건에 달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각국이 반덤핑과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 조치를 잇달아 확대하는 모습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그룹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 일본은 지난달부터 한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에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업체별 관세율은 포스코 29.2%, 동국씨엠·세아씨엠 30.6%, 현대제철 38.0%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한국산 열연·냉연강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규제 대상이 판재류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여기에 EU도 이달 18일 방향성 전기강판(GOES)에 잠정 세이프가드 조치를 추가하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수출 부담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수출 중심 전략을 바꾸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카드는 '현지화'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이 포스코와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에 투자해 건설 중인 연산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HPLS가 있다. 현지 생산을 통해 50%에 달하는 미국의 철강 관세를 피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북미 자동차강판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원전 등 에너지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룹 계열사인 포스코이앤씨를 중심으로 대형 원전과 소형 모듈 원전(SMR)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4세대 고온 가스로와 수소환원제철을 연계하는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보호무역 확산으로 철강 수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철강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에너지 분야로 확장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동국제강그룹의 철강 계열사 동국제강·동국씨엠은 해외 투자보다는 제품과 시장 다변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동국씨엠의 럭스틸 등 고부가 컬러강판을 중심으로 범용 철강재와 차별화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까지 철강 무역장벽을 높이면서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거나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이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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