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흐타르 틀레우베르디 카자흐스탄 외교장관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핵보유국 간 고위급 대화를 다시 열자고 촉구하고, 다음 회의를 카자흐스탄이 유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를 묶어 두던 마지막 조약이 올해 2월 효력을 잃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도 5월에 합의 없이 끝났다. 틀레우베르디 장관의 제안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그는 "핵보유국은 합의가 없다는 것을 의무가 사라졌다는 뜻으로 착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이룰 때까지 그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어느 나라가 참여할지, 회의를 언제 열지, 핵보유국 가운데 호응한 곳이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만료된 조약은 2010년 미국과 러시아가 서명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 이른바 뉴스타트(New START)다. 이 조약은 양국이 실전 배치하는 장거리 핵탄두를 각각 1550기로 제한했고, 상대국 핵전력을 현장에서 사찰할 수 있게 했다. 2월 5일 조약이 만료되면서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두 나라의 전략핵을 제한하는 조약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9개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약 1만2187기다. 이 가운데 1만500기 가까이가 미국과 러시아 몫이다.
NPT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5개국에만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조약이다. 그 대가로 이들 5개국은 군축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가입국은 5년마다 모여 조약 이행 상황을 점검한다. 4월 말부터 한 달 가까이 뉴욕에서 열린 올해 평가회의는 5월 22일 최종 문서를 채택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최종 문서는 모든 가입국이 동의해야 채택되는데, 2015년과 2022년에 이어 세 차례 연속으로 무산됐다.
틀레우베르디 장관은 이번 연설에서 지난해 세계 군사비 지출이 사상 최대인 2조9000억 달러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생물무기금지협약(BWC)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생물안보기구를 설립하자는 카자흐스탄의 기존 제안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BWC는 세균 등 생물무기의 개발과 보유를 금지하는 협약이다.
그는 오스트리아 대사로 3년간 일하다가 이달 2일 외교장관에 다시 임명됐다. 이번 유엔총회는 재임명 뒤 처음 나선 무대다.
카자흐스탄의 제안에는 자국이 겪은 핵의 역사가 깔려 있다. 옛 소련은 1949년부터 1989년까지 카자흐스탄 북동부의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에서 456차례 핵실험을 했다. 이 실험장은 1991년 8월 29일 문을 닫았다.
같은 해 말 소련이 해체되자 카자흐스탄에는 핵탄두 약 1400기가 남았다. 당시 세계 4위 규모의 핵무기였다. 카자흐스탄은 1995년까지 핵탄두를 모두 러시아로 넘겼고, 비핵국가 자격으로 NPT에 가입했다.
틀레우베르디 장관은 핵무기를 포기한 것이 "국가를 약하게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 핵 군축은 "국가적 경험에서 비롯된 책임"이라고도 했다. 그는 올해가 세미팔라틴스크 실험장 폐쇄 35년, 모든 핵폭발 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서명 개시 30년, 중앙아시아 5개국이 비핵지대조약에 서명한 지 20년이 되는 해라고 짚었다.
카자흐스탄은 민감한 외교 협상을 유치한 경험도 있다. 2017년부터 수도 아스타나에서 러시아·이란·튀르키예가 참여한 시리아 평화회담을 여러 차례 열었다. 동부 도시 우스케멘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저농축우라늄 비축고가 있다. 저농축우라늄은 원자력발전소 연료로 쓰이며, 연료 공급이 끊긴 나라는 이 비축고에서 우라늄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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