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의 침수 문제가 폭우와 만조를 넘어 지반침하와 급격한 도시화가 맞물린 복합적인 도시 위기로 번지고 있다. 배수시설 확충이나 특정 지역의 지반을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주변 지역에 또 다른 침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도시 전체의 물 흐름과 지표 변화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베트남 청년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호찌민시 자원환경대학교(HCMUNRE)는 전날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호찌민시 지반침하와 침수 및 적응 해법'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반침하와 만조, 체계적이지 못한 도시개발을 침수 피해를 키우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침수 발생 이후 개별 지역을 정비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관측과 조기 예측을 결합한 데이터 기반 위험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호찌민의 배수시설은 최근들어 강우량을 감당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9월 중순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불과 2~3시간 동안 100mm에서 15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특히 집중호우가 기존 배수시설의 처리능력을 넘어선 가운데 사이공강 푸안과 동디엔 운하 냐베 관측소 수위도 1.62~1.67m까지 올라 하수관을 통한 역류까지 발생했다.
침수 범위도 상당하다. 호찌민시 건설국이 확대된 도시지역을 조사한 결과, 폭우나 만조 때 물에 잠기는 곳은 159곳으로 집계됐다. 시 당국은 이 가운데 집중호우와 주요 하천의 높은 조수위가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31곳을 중점 대응지역으로 선정했다.
침수 위험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지속적인 지반침하다. 레 쭝 쩐 HCMUNRE 부교수·박사 연구팀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호찌민의 지표면 변화를 분석한 결과 과거 침하가 거의 없었던 기존 도심에서도 여러 지역이 연평균 약 2~5cm씩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점에서는 연간 침하 폭이 7~8cm에 달했다.
같은 저지대에서도 도시계획에 따라 침수 양상은 달라졌는데, 특히 푸미흥 지역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이와 관련해 쩐 부교수는 푸미흥이 개발 초기부터 저지대 지형과 물의 흐름을 고려해 공간을 설계한 점을 차이로 꼽았다. 30층을 넘는 고층건물이 많지 않아 지반침하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고, 반월호와 기존 하천·수로도 상당 부분 보존돼 물을 저장하고 배출할 공간이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띠엠 꾸옥 뚜언 HCMUNRE 지질광물학과장도 푸미흥이 과거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지대 습지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시 평균 만조 수위가 1.35m였던 반면 이 지역의 건설 기준고는 2m로 설정됐다. 현재 조수위는 1.7m 수준까지 올라갔고 최고 기록은 1.8m에 달한다.
다만 한 지역을 보호하는 대책이 주변의 침수 위험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뚜언 박사는 "한 지역의 지반을 높여 침수를 막으면 물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 국지적인 침수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지반침하와 조수위 상승이 이어지면 현재 상대적으로 안전한 푸미흥 일부 지역도 침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호찌민시 건설국도 기존 대응 방식의 한계를 인정했다. 그동안 개별 '침수 지점 제거'에 무게를 두면서 통합적인 위험관리와 주요 시설·집수체계 간 연계 투자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급격한 콘크리트화와 연못·호수 매립으로 자연적인 빗물 흡수 능력이 줄어든 점도 침수 부담을 키웠다.
도시 침수는 하노이는 물론 달랏과 푸꾸옥, 메콩델타까지 확산하고 있다. 달랏에서는 도심 도로 침수와 함께 미모사 고갯길에 최대 50m 길이의 균열이 나타났으며 럼동성에서는 7200헥타르(ha)가 넘는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아울러 푸꾸옥에서는 120mm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일부 주요 도로가 침수된 가운데 수위가 0.5m에서 1m 이상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현지 당국은 빠른 기반시설·관광 개발로 자연지형이 변한 반면 배수망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바다로 연결되는 주요 하천과 수로가 매립되거나 건축물과 쓰레기로 막힌 점도 배수를 방해했다.
한편 호찌민의 침수 문제는 한 지역의 물을 빼거나 지반을 높이는 방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극한호우와 만조에 지반침하, 자연적인 저류공간 감소까지 맞물린 만큼 특정 침수 지점의 사후 처리에서 도시 전체의 물 흐름과 지반 변화를 예측하는 위험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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