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을 반복해서 경험한 가계일수록 환율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이 덜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BOK 경제연구 '환율급등 경험과 가계소비 간의 관계 분석'에 따르면 과거 환율 급등 경험이 많은 가계일수록 높은 환율 수준에서 소비를 상대적으로 덜 줄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가격이 오르고 실질 구매력이 떨어져 가계소비가 위축된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평균적인 영향에서 나아가 반복된 환율 급등 경험이 소비행태를 바꿨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가계소비가 급감한 뒤 충격 발생 이후 5개 분기가 지날 때까지 회복되지 못했다.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같은 기간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이후 주요 환율 급등기에는 소비심리가 일시적으로 위축된 뒤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환율 급등 경험이 많을수록 환율 상승에 따른 소비의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정책당국의 거시경제 안정화 노력과 함께 가계가 반복된 충격을 통해 대응 방식을 학습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높은 환율에 맞춰 소비구조를 조정하면서 구매력 충격을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위원은 "최근 환율이 1500원대까지 갔지만 가계소비가 급락하거나 크게 위축되지는 않았다"며 "외환위기 이후 환율 급등락을 완충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과 함께 경제추제들이 환율 급등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 결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대별로는 차이가 뚜렷했다. 환율 수준이 높은 시기에 환율 급등 경험이 소비에 미치는 효과는 X세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값인 반면 MZ세대에서는 음(-)의 값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X세대가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참여와 자산형성 과정에서 높은 환율을 반복해서 경험하며 적응적 소비행태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MZ세대는 과거 대규모 환율 상승을 직접 경험한 기간이 짧아 대응 방식을 학습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을 수 있다고 봤다.
가계의 재무 여건별로는 자산규모가 작거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가계에서 적응적 소비행태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품목별로는 기초소비재보다 선택재에서 뚜렷했으며 특히 통신비를 중심으로 확인됐다.
다만 연구는 환율 급등 당시 실업 증가와 소득 감소 등 다른 경제적 충격도 함께 발생했다는 점을 한계로 제시했다. 여러 요인을 통제했지만 환율 급등 경험과 경제위기 전반의 경험이 미치는 효과를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정책은 단기적인 충격 완화뿐 아니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가계의 적응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적응 과정에서 계층 간 소비 격차가 확대되지 않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