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이 이대로 머물러 있어서는 미래가 밝지 않습니다."
김현기 강남구청장은 지난 8일 취임 100일을 맞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재건축과 AI(인공지능)·로봇 산업, K콘텐츠를 강남의 미래를 이끌 세 축으로 제시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투자로 성장한 강남도 개발 이후 반세기가 흐른 만큼 새로운 주거 환경과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진단이다. 서울시의회 의장을 거쳐 자치구 행정을 책임지게 된 그는 서울시 전체를 바라봤던 경험을 구정의 실행력으로 연결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다음은 김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서울시의회 의장에서 강남구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
"시의회 의장을 하면서 서울시장과 호흡을 맞춰 봤다. 서울시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이제는 구청장으로서 자치구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보고 있다. 서울시와 협의할 때도 그런 경험이 도움이 된다. 필요한 사안은 담당 부서와 협의하고, 제가 직접 관계 기관과 논의하면서 풀어가고 있다."
"제가 서울시장감이 되느냐. 서울시정은 알고 있고, 구청 업무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장은 업무 능력만으로 그 자리에 가는 것은 아니다. 구청장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다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르다. 저는 언제든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 별 욕심은 없다. 그 대신 목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강한 정치적 인상과 달리 조직 운영에서는 구성원을 다독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 조직은 기업 조직과 다르다. 행정 조직은 그렇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조직의 능률이 떨어지고, 구성원의 사기가 떨어지면 피해를 보는 사람은 시민과 구민이다. 구성원을 잘 다독이면서 이끌어야 한다. 급격히 갈아엎는 방식보다는 점진적으로 바꿔 나가야 하는 분야가 있다."
-취임 이후 재건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이유는.
"주민들의 절박함이 크다. 현장에서 '재건축이 대체 언제 되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강남구가 개청한 지 올해로 51년이다. 도시 인프라와 주거 환경에도 그만큼 시간이 쌓였다. 노후 주택을 바꾸고, 교통, 공원, 생활 인프라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 행정이 그 변화에 반응해야 한다."
-구청장이 직접 이끄는 '강남 재건축 신속화합 TF'는 무엇이 다른가.
"기다리는 행정에서 찾아가는 행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조합이 인허가를 신청하면 검토하고 문제가 생긴 뒤 협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이 막히기 전에 현장을 찾아 장애물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제가 직접 단장을 맡았다. 매일 아침 부구청장과 담당 국장, 과장에게 사업장별 진행 상황과 지연 요인을 확인한다. 집무실에 103개 정비사업의 공정관리 현황판을 두고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협의가 필요하면 제가 직접 나선다."
-압구정 재건축은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나.
"6개 구역 가운데 2~5구역은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가장 빠른 2구역은 지난 7월 서울시 통합심의를 조건부 통과했고,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3·5구역도 통합심의를 접수했다. 4구역은 시공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통합심의를 준비하고 있다. 1·6구역은 초기 단계다. 1구역은 주민 간 추진 협의가 진행 중이며, 6구역 일부 단지인 한양7차는 정비계획안 주민제안이 접수돼 관계 부서 협의와 주민공람 절차를 밟고 있다."
-압구정 재건축이 오래 지연된 핵심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복잡한 행정 절차와 주민 갈등이다. 압구정은 규모가 크고 한강변에 있어 도시계획과 교통, 환경, 기반시설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정비계획부터 심의와 인허가까지 한 단계가 늦어지면 다음 단계도 연쇄적으로 늦어진다. 개별 단지가 하나의 구역으로 묶이면서 생기는 주민 간 갈등도 있다. 구역마다 속도와 현안이 다른 만큼 행정도 각각의 걸림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지원해야 한다."
-재건축 갈등은 행정 절차를 빠르게 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갈등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왜 생겼는지 원인을 찾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면 조직과 사업을 발전시키는 순기능으로 바뀔 수 있다. 다만 재건축은 재산권이 걸린 현장이라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변호사, 법무사, 건축사, 감정평가사, 갈등관리 전문가 등 41명으로 신속추진 전문가 지원단을 구성했다. 현장에서 상담하고 중재한다. 대치동 쌍용1차의 조합과 상가 사이에 합의서 문구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생겼을 때도 중재했다."
-압구정3구역 조합 운영에 대한 민원이 제기됐다. 구청의 역할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강남구와 서울시 등 관계 기관에 민원을 내도록 안내했다. 관계 기관이 내용을 파악하고, 문제가 있으면 점검해야 한다. 그런 문제가 있는데, 그대로 놔두지는 않는다. 조합 운영에서도 제도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재건축 현장을 지켜보면서 조합장들에게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은 구청이나 서울시에 공문으로 물어보라고 했다. 잘 모른 채 처리했다가 문제가 생기는 일을 줄여야 한다."
-단지 안을 통해 일반 시민이 한강으로 접근하는 계획에는 주민 반발도 있었다.
"압구정3구역의 중앙 통로를 통해 시민이 한강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구상에 처음에는 반대가 있었다. 주민 입장에서는 '왜 우리 땅에 외부인이 다니는 길을 내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파트 전체를 개방한다는 뜻은 아니다. 시민이 한강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연결이 없으면 멀리 돌아가야 한다. 계획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이해가 이뤄지고 있다. 통합심의 과정에서도 살펴야 할 사안이다."
-압구정을 '하나의 도시'로 본다는 설명은 어떤 의미인가.
"신속통합기획으로 확정된 2~5구역은 총 75만㎡ 규모다. 개별 아파트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한강과 연결되는 수변공간, 보행축, 공원과 녹지를 통합적으로 계획해야 한다. 많은 세대가 들어서는 만큼 기존 도로 체계로 감당할 수 있는지 서울시와 면밀히 살피고 있다. 학교도 교육청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학생 수 변화와 통학 여건을 반영해야 한다. 집을 새로 짓는 것과 도시 인프라를 개선하는 일이 함께 가야 한다."
-60층대 초고층이 들어설 한강변의 경관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얼마나 높이 짓느냐보다 어떤 도시 경관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개별 건축물의 높이뿐 아니라 여러 구역이 만드는 전체 스카이라인과 한강에서 바라보는 모습을 봐야 한다. 높이를 획일화하기보다 다양한 높이와 열린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축물이 병풍처럼 한강을 막아서는 안 된다. 단지 사이의 개방 공간과 통경축을 확보해 시민이 한강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건축 이후 압구정이 지향해야 할 미래는 무엇인가.
"주거의 업그레이드이면서 도시의 업그레이드다. 압구정의 가장 큰 자산은 한강이다. 세계적인 도시들은 물을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한다. 압구정도 주거뿐 아니라 문화, 상업, 여가를 함께 누리는 수변도시로 바뀔 수 있다. 거주하는 곳을 넘어 걷고 문화를 즐기며 세계인이 찾는 도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주민들은 사업을 빨리 진행하고, 행정이 예측 가능하게 움직이길 바란다. 속도를 높이면서 도시의 완성도도 확보하겠다."
-재건축과 함께 제시한 AI·로봇 산업 구상은 무엇인가.
"수서를 대한민국 로봇·AI 산업의 거점으로 만들려 한다. 로봇플러스 테스트필드에서 실증과 관련 국책사업을 수행하고 있고, 로봇특정개발진흥지구와 서울로봇테크센터, 로봇벤처타운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만 모아 놓아서는 산업 생태계가 완성되지 않는다. 수서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한 기업이 테헤란로의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통해 투자받고 세계로 나가도록 연결하는 것이 K-테크밸리 구상이다."
-강남의 다음 100년을 위해 구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강남은 과거의 투자와 개발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새롭게 거듭나려는 노력이 없으면 정체하거나 후퇴할 수 있다. 재건축으로 주거 환경을 바꾸고, AI·로봇으로 성장동력을 만들고, 강남만의 K콘텐츠를 발전시켜야 한다. 축제와 공연도 호텔, 음식점, 쇼핑, 관광명소로 연결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게 하겠다. 강남의 변화는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 수 없다. 구민과 함께 강남의 다음 100년을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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