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칼럼] K팝 축제의 이름은 누구의 것인가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12월 서울과 경기 고양에서 글로벌 K팝 축제 '패노메논(FANOMENON)'이 열린다.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기획하고 하이브·SM·YG·JYP엔터테인먼트 등 4대 기획사가 합작법인을 세워 운영한다. 공연과 팬덤 시상식, K컬처 전시·체험을 결합해 2028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무대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경쟁 관계인 대형 기획사들이 손잡고 K팝의 성과를 관광과 소비재 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이다.

그런데 축제는 막이 오르기도 전에 이름부터 시끄러워졌다. JYP가 지난해 10월 1일 '패노메논' 상표를 자사 명의로 출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국내 상표권 지분 절반은 뒤늦게 문화체육관광부에 넘겼지만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상표도 JYP가 먼저 출원했다. 지난 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상표권과 대형 기획사 특혜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대중위) 공동위원장은 상표 선점을 막기 위해 서둘렀다며 출원 방식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특혜 의혹에는 4개사가 개별 공연으로 얻을 수익을 포기하고 참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도 행사에 정부 예산이 직접 투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민간 기업들이 공동사업에 나선 취지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아직 열리지도 않은 행사에 사익 추구라는 낙인을 찍는 것도 섣부르다. 다만 해명을 따라가다 보면 질문은 남는다. JYP가 가진 국내 상표권 지분 절반은 행사 전담 법인으로 넘어가고, 해외 상표권도 같은 방식으로 정부와 법인이 나눠 갖겠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해외 권리의 이전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전담 법인은 4대 기획사가 동일한 지분과 의결권을 갖는 합작회사다. 정부가 관여한 축제의 상표권을 민간 합작법인이 정부와 공동 보유하게 되는 만큼, 권리 행사와 관리에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따져봐야 한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문체부 설명에 따르면 패노메논과 연계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 150억원은 중소기업의 행사 참여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에 쓰인다. 직접적인 공연 개최비는 아니지만 축제와 무관한 돈도 아니다. 중소 기획사에 필요한 것은 전시 부스만이 아니라 무대 위의 한 자리다.

최 장관은 대중위와 4대 기획사가 전담 법인의 이익금을 배당하지 않고 다음 행사에 전액 재투자하며, 창동·일산 공연의 4대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 비율을 30%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제 이를 구속력 있는 협약과 정관에 담고 공개해야 한다. 출연 비율의 산정 기준과 상표권의 최종 귀속, 법인의 의사결정 구조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K팝을 여기까지 끌어올린 것은 몇몇 기획사만이 아니다. 작은 회사의 가수들, 이름 없이 곡을 써 온 작곡가들, 국경을 넘어 응원봉을 든 팬들이 함께 만든 이름이다. 나라가 그 이름을 내걸고 축제를 열겠다면, 축제의 이름부터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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