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실물 금부터 자녀교육, 시니어 주거까지 다양한 수요를 겨냥한 맞춤형 신탁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상장지수펀드(ETF) 신탁 판매 호조로 수수료 수익이 급증한 가운데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확보할 수 있는 맞춤형 자산관리로 신탁사업을 넓히는 모습이다. 증시 변동성과 금융당국의 수수료 체계 개편도 사업 다변화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상반기 신탁수수료 수익은 1조2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0.95%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수익인 1조947억원 대비 93.5%에 달한다. 증시 활황에 따른 ETF 신탁 판매 증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다만 ETF 신탁을 중심으로 한 수수료 증가세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ETF 신탁은 목표수익률을 달성한 고객의 매도·재가입이 활발해질수록 수수료 수익이 늘지만 증시가 부진하면 판매가 위축될 수 있다.
금융당국의 수수료 체계 개편도 변수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주요 6개 은행의 ETF 신탁 판매액은 64조원에 달했지만 평균 보유기간은 42일에 불과했다. 전체 거래 가운데 94.6%가 6개월 이내 매도됐고 선취수수료 적용 비중은 91.7%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9월 현장검사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 17일 수수료 및 은행 성과평가체계(KPI) 개선 방침을 밝혔다.
은행들은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확보할 수 있는 맞춤형 신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한은행의 유언대용신탁 누적 잔액은 최근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누적 판매액도 1조원을 넘어섰다. 신한은행은 최소 가입금액 제한을 폐지하고 치매안심신탁을 도입하는 등 고객 접근성을 높이고 상품군을 확대했다.
실물 자산을 활용한 신탁상품도 등장했다. NH농협은행은 이달 1일 돌반지나 골드바 등 실물 금을 맡겨 운용하는 'NH 골드채움신탁(실물형)'을 출시했다. 삼성금거래소와 협업한 상품으로 순금 30g 이상부터 가입할 수 있다.
자녀교육과 자산 승계를 위한 상품도 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 자녀의 대학 진학이나 자격증 취득 등 교육 목표 달성에 따라 약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자녀교육신탁'을 선보였다. 부모가 지급 조건과 시기를 미리 설정해 자녀 성장 단계에 맞춰 자산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KB국민은행은 앞서 시니어 레지던스 입주보증금 반환채권을 사후 지정 수익자에게 승계하는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ETF 신탁은 시장 상황에 따라 판매 실적의 변동성이 크지만 맞춤형 신탁은 고객과 장기적인 거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며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안정적인 비이자이익 수익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신탁사업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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