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주미 한국대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정보 협력을 한·미 관계의 가장 어려운 현안으로 꼽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3월 북한 평북 구성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언급한 이후 불거진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 직원의 비자 발급이 지연되고 한·미·일 대북 사이버 협력에서 국정원이 배제되는 등 파장도 현실화하고 있다. 단순한 외교적 신경전을 넘어 안보 협력 체계의 균열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가볍게 볼 수 없다.
대북 정보는 한국 안보의 핵심 자산이다. 미국의 정찰위성과 영상·신호 정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데 필수적이다. 정보 공유에 차질이 생기면 한국의 방위 태세와 국민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통상 협상과 달리 안보 정보의 공백은 그 피해를 한국이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국익을 지키려면 미국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데 그치지 말고 갈등의 원인을 규명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문제가 된 정보가 이미 공개됐거나 사실관계에 착오가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충분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우려가 모두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상대의 불신을 해소하지 않은 채 문제 자체를 부정해서는 해결이 어렵다. 정보 취급과 대외 발언의 경위를 확인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한편 미국에도 정보 공유 정상화를 적극 요구해야 한다.
한국이 추진하는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도 한·미 간 신뢰와 무관하지 않다. 민감한 안보·핵 협력은 상대국의 신뢰 없이는 진전되기 어렵다. 정부는 고위급 소통을 복원해 갈등의 원인과 해소 조건을 명확히 하고, 필요하다면 외교안보라인에 책임을 묻는 조치도 검토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양보가 해법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개선 노력 없이 상대의 태도만 탓하는 것도 책임 있는 외교가 아니다.
한·미 동맹은 구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자주국가의 위상은 굴종하지 않는 말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국익을 지켜내는 능력에서 나온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실용적 국익 외교가 진정한 원칙이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강한 수사가 아니라 냉정한 판단과 신속한 신뢰 회복이다. 동맹의 균열을 방치한 채 자주외교만 외치는 것은 국익을 지키는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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