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국민 아버지' 떠나는 길…故 최불암, 동료·아이들 배웅 속 영원한 안식

한국의 아버지상을 대표해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사진은 30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모습 정부는 29일 별세한 배우 고故 최불암에게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다 20261030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의 아버지상을 대표해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사진은 30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모습. 정부는 29일 별세한 배우 고(故) 최불암에게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국민 아버지'이자 '영원한 수사반장'으로 반세기 넘게 대중의 곁을 지켰던 원로배우 고(故) 최불암이 2일 가족과 동료, 그리고 평생을 아꼈던 어린이들의 마지막 배웅을 받으며 영면에 들었다.

고인의 유족과 동료 배우들은 이날 오전 7시 40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비공개로 발인식을 엄수한 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당으로 향했다. 이어 오전 9시 여의도성당에서는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장례 미사가 거행됐다. 고인은 2018년 10월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천주교 세례를 받았으며 별세 며칠 전에도 염 추기경에게 병자성사(病者聖事)를 받은 바 있다.

이날 장례 미사 역시 염 추기경의 집전하에 이루어졌다. 염 추기경은 "우리와 함께 이 세상에서 살다가 주님 품 안에 잠든 최불암 프란치스코 형제의 장례 미사에 함께하고 있다"며 "우리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가신 형제님의 영혼이 하느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길 기도한다"고 미사를 시작했다.

염 추기경은 "형제님의 푸근한 미소와 어진 모습을 이젠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며 "고인은 우리가 어렵게 살던 시절 위로와 희망을 주는 '수사반장'의 박 반장, '전원일기'의 김 회장, 정성 듬뿍 담긴 따뜻한 우리네 밥상을 알려준 '한국인의 밥상'을 통해 국민 아버지이자 국민 배우였다"고 추모했다. 이어 "일생을 오직 연기 한 길만 걸으며 소외된 이웃에 기쁨을 주는 벗이 되었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연기에 오롯이 바쳐 국민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다"며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고인과의 생전 각별했던 일화도 조명됐다. 염 추기경은 "고인이 세례를 받고 함께 식사하며 '연기자가 수도자는 아니지만 그런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에는 알 수 없었지만 나이가 들며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기에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신경을 쓰고자 한다'며 연기자로서의 소명의식을 밝히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낮고 소외된 이들 곁에 함께했던 고인의 삶을 기린 미사 후에는 평소 고인 부부를 '이모·이모부'라 부르며 친분을 이어온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아베 마리아(Ave Maria)'를 헌정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미사를 마친 운구 행렬은 오전 10시 40분경 서울 중구 무교동에 위치한 초록우산 본부로 향할 예정이다. 이는 생전 "사후에 꼭 재단을 방문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던 고인의 뜻에 따른 것이다. 1981년 아동 후원을 시작으로 45년간 재단과 인연을 맺어온 고인은 국내외 아동 복지 현장을 누비며 나눔의 가치를 알리는 데 평생을 헌신했다. 재단 임직원들은 건물 입구에 도열해 고인의 영정을 영접하고, 직원 대표가 추도사를 낭독하며 애도할 계획이다. 이어 장례위원들의 헌화가 진행되며 고인의 영정은 생전 뜻깊은 발자취가 남은 재단 내부를 찬찬히 둘러본 뒤 장지인 파주 동화경모공원으로 향해 영면에 든다.
영원한 수사반장·국민 아버지 최불암 별세…향년 87세 사진최불암 측 제공
'영원한 수사반장'·'국민 아버지' 최불암 별세…향년 87세 [사진=최불암 측 제공]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고인은 67년간 130여 편의 드라마, 90여 편의 영화, 50여 편의 연극을 누빈 한국 대중문화계의 거목이었다. 18년간 방송된 MBC '수사반장'의 박 반장, 22년간 방영된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의 김 회장, 최고 시청률 66.9%를 기록한 '그대 그리고 나'의 캡틴 박 등 서민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스크린에서도 신상옥, 김기영, 유현목 등 당대 거장들의 영화를 빛냈으며 노년에는 '한국인의 밥상' 등 시사교양 진행자로 시청자들의 삶과 밀착해 호흡했다.

정부는 한국 대중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고인의 공로를 기려, 별세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최고 등급의 문화훈장인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앞서 고인은 1998년 국민훈장 목련장, 2014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으며 '수사반장'으로 경찰 위상을 높인 공로로 올해 민간인 최초 명예 국가수사본부장(치안정감)에 위촉되기도 했다.

빈소가 마련됐던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지난 사흘간 각계각층의 추모 물결이 끊이지 않았다. 22년간 부부로 호흡을 맞춘 배우 김혜자를 비롯해 유인촌, 고두심, 김지영·남성진 부부, 임호, 김영옥 등 '전원일기' 식구들이 대거 빈소를 찾아 슬픔을 나눴다. 또한 윤여정, 나문희, 강부자, 박상원, 차인표, 송승헌 등 후배 배우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특히 1987년 드라마 '사모곡'에서 고인의 아내 김민자와 모녀 연기를 한 인연으로 고인을 '아버지'라 따랐던 배우 김혜수는 사흘 내내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이해 뭉클함을 안겼다.

이 밖에도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영세·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 등 정계 인사들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전 메이저리거 박찬호 등 스포츠·재계 인사들까지 빈소를 찾아 '국민 아버지'가 남긴 족적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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