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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에서 ‘최고의 대형차’로 인정받기 시작한 현대 제네시스. 도요타의 렉서스를 벤치마킹한 제네시스는 가속성, 제동력, 핸들링, 승차감 등 전부문에 걸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 ‘내리막길만 달리는 1인용 썰매’ 조롱거리에서 세계 최고 품질력 도요타 눌러
“현대 제네시스가 도요타 렉서스를 눌렀다.”
제네시스가 미국시장에서 13개 대형승용차 모델을 누르고 1위에 선정됐다는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6일(현지시간) 발표를 접한 한 현대자동차의 한 임원은 “품질로 도요타를 누른다는 것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라며 “목이 메일만큼 감격적인 뉴스”라고 말했다.
1976년 미국에 포니를 수출하기 시작한 이래 현대차의 30년 숙원은 ‘도요타 타도’였다. 도요타의 품질 경영, 미국 시장 진출 전략과 성공 사례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현대차에게는 교과서 그 자체였다. ‘제네시스’ 도 ‘렉서스’를 벤치마킹해 탄생시킨 브랜드였다.
앞으로도 여러 평가기관이나 언론사들로부터 순위는 엎치락 뒤치락 할 수 있겠지만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으로만 여겨졌던 도요타의 품질력을 앞질렀다는 객관적인 평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현대기아차의 앞 날을 환하게 비춰주는 청신호가 되고 있다.
◈ 품질혁명…전진은 계속된다
현대차의 품질력 향상은 10년여 동안 추진해온 ‘품질 혁명’의 결실이라는 평가다.
1999년 현대차 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은 수출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충격을 받았다. 울산공장 직원들이 땀 흘려 만들어내던 자동차들이 미국 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품질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소비자들로부터 리콜 요청이 쇄도했다. 딜러들마다 “이대로는 못 팔겠다. 제발 제품력을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언론들은 현대차의 저품질을 문제 삼아 가십의 주제로 삼기도 했다.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인 제이 레노는 “출발할 때 뒤에서 밀어야 하고, 내리막길에서만 달리는 1인용 썰매가 뭔지 아세요? ‘현대’라고 한답니다”라고 조롱했다.
귀국한 정 회장은 ‘품질력 향상’을 경영의 최우선 모토로 삼고 매진했다. 품질상황실을 만들어 전 세계에서 오는 소비자 불만을 24시간 수렴해 생산라인에 반영토록 했다. 한 달에 두 번씩 선진 자동차의 차종과 품질을 비교하는 회의를 개최하며 부실한 부분을 제거해나갔다. 품질력을 향상시키는데 게을리 하는 임직원들은 퇴사와 승진 누락, 보직 이동을 각오해야 했다. 이 같은 각고의 노력들이 오늘날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무결점 품질혁신 활동을 통해 ‘GQ(Global Quality) 3·3·5·5’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차별화된 ‘창조적 품질경영’을 통해 앞으로 제품 품질을 3년 내 세계 3위권으로, 브랜드 품질은 5년 내 세계 5위권으로 각각 도약시킨다는 계획이다. 강도 높은 품질경영으로 경쟁력을 높여 전 세계 자동차 수요 위축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 글로벌시장 불황 맞아 타개책 절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품질은 급격히 향상되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 닥친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는 전 세계 자동차 전선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5.2%로 올라섰지만 전체적인 수요 위축으로 판매실적은 전년 대비 14%나 감소했다. 현대자동차의 2007년 판매량이 총 46만7009대였으나, 지난해 40만1742대로 줄어든 것이다.
물론 미국시장에서 ‘빅3’를 비롯한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들의 판매율 하락폭은 더 컸다. GM이 전년 대비 23%나 줄었으며, 포드가 -21%, 크라이슬러가 -30%, 도요타는 -16%를 기록했다.
문제는 올 해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자동차시장의 위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소형차, 중형차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고는 있지만 시장 전체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지난해 매출 규모조차 유지하기가 힘든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매출이 줄어드는 만큼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을 그만큼 줄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수익성 지표도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훈기·김영리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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