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윤해모)의 이번 파업은 지난해 노사합의 사항인 1월 중 전주공장 주간연속2교대제 시범 실시 불발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출범 이후 거의 매해 파업을 벌여온 터라 경제위기 속에 또다시 파업에 나서는 것에 대한 안팎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노조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노조를 향한 날선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파업 이유는 주간2교대제 불발
올해로 23년째 현대차 노조가 파업 카드를 빼든 것은 지난해 9월 임단협에서 올해 1월 중 전주공장에서 밤샘근무를 없앤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범 실시하자는데 합의했지만 이것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노사는 시범실시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 별 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노조는 노사가 합의한 사항인 만큼 반드시 지키라는 것이고, 회사는 현재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니 미루자는 입장으로 갈렸기 때문이다.
사측이 난색을 표한 이유는 전 세계적인 불황에 올해 1분기 당초 생산물량보다 30%를 감산하기로 하면서 주간2교대도 어려울 만큼 일감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외려 버스를 생산하는 전주공장에 주간1교대제를 요구한 상태다.
◆파업 갈까?
노조가 대의원대회에서 파업을 결의함에 따라 설 연휴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고 조정기간(10일) 이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게 된다. 가결되면 파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은 낮다. 내부 노조원들의 반발에 노노갈등까지 겹쳐 파업 을 이끌어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부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울산매일신문사와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현대차 근로자 900명을 대상으로 ‘현대차 전망과 현안’에 대한 설문을 한 결과 응답자의 56.8%가 주간 2교대제를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획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38.8%에 그쳤다. 노조의 명분에 대해 노조원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셈이다.
하지만, 노조가 안팎의 부정적 인식을 무시하고 파업을 강행할 경우 노동계는 물론 재계와 정치권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키게 된다. 비상경영을 가동할 만큼 어려운 경제상황을 나 몰라라 하는 ‘귀족노조’의 ‘정치파업’에 마음을 열 곳은 없기 때문이다.
◆파업 결의에 반응은 ‘싸늘’
실제로 현대차 노조의 파업결의 소식에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할 노조원들조차 가시 돋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19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도 공장별 노조 대표격인 9개 사업부 위원회가 대자보를 걸어 집행부의 독선을 비판하는 등 내부에서 파업 반대 목소리가 계속 되고 있다.
자신을 ‘파업반대’라고 소개한 노조원은 노조집행부의 현장노동조직인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파업하자는 사람은 집에 돈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우리는 안 됩니다. 지금은 어떤 정치적인 노리로도 파업은 안 됩니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아이디 ‘실망했다’로 글을 올린 이는 “전 세계적인 불황이 엄습해 오고 있다. 쌍용차는 월급을 못주고, 지엠대우는 미국 본사에서 대준 지원금으로 겨우 풀칠을 하는 상황이라는데 현대차라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가 협의 중인 주간연속 2교대 건으로 쟁의발생을 결의하겠다는 것은 노사 공멸을 자초하는 무책임한 행동인 만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가 올해에도 파업하게 되면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1994년 한해를 제외하고 21년간 파업을 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난 21년 동안 파업일수만 1년여에 가까운 361일이나 된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108만대의 생산 차질과 11조원의 매출 손실을 봤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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