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대우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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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우호적인 상황에도 펀드 성과가 아닌 다른 문제로 애간장을 끓이는 투자자가 있다. 환헤지를 하지 않아 환율 움직임에 따라 환차익과 환차손을 볼 수 있는 환노출펀드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해외펀드에 투자할 때는 환율이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해외 주식이나 자산에 투자하는 국내 설정 해외펀드는 투자자에게 원화로 자금을 받지만 투자할 땐 달러나 지역통화로 투자를 하게 된다. 기준가는 다시 원화로 환산되고 이에 따라 수익률도 결정된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해외펀드는 환율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환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즉 환율 하락(원화 강세)은 펀드 기준가를 산정할 때 환차손을 발생시킨다.
예를 들어 환율이 1달러당 1200원일 때 1200원을 투자해 1달러만큼 해외펀드를 매수했다고 하자. 그런데 환율이 1000원으로 하락하고 자산운용성과가 그대로라면 원화 평가금액은 200원 손실로 1000원에 그친다. 환율이 1200원일 때 매수한 투자자가 환율이 하락했을 때 환매하거나 계속 보유한다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원화 약세)하면 환차익으로 펀드 수익률도 오른다.
2007년 이후 환율은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작년부터는 신용위기 심화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세계적인 대형 은행이 몰락하면서 각국이 경쟁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 이탈로 투매가 일어났고 경상수지 적자까지 겹치면서 달러가 부족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초 930원대에 머물던 원ㆍ달러 환율은 연말 1330원까지 상승했다. 급기야 올해 3월 중순에는 종가 기준 1550원까지 치솟았다. 다행히 원ㆍ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국내ㆍ외 금융불안 완화로 1330원대까지 다시 떨어졌다. 이런 환율 움직임은 펀드 수익률에 많은 영향을 줬다. 환에 무방비인 해외펀드는 환율 움직임에 울고 웃었다.
자산운용사는 이런 환율 흐름에 영향을 덜 받는 방법으로 펀드를 운용하기도 한다. 펀드 수익률 변동을 줄이기 위해 통화선물을 이용하면 환율이 고정된다. 바로 환헤지를 하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 나와 있는 펀드 가운데는 환율이 뛸 때 환차익을 노려 환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도 있다. 반대로 환차손을 우려해 환율 변동에 영향을 거의 안 받는 환헤지펀드도 있다. 국내 펀드 시장에선 환헤지펀드가 환노출펀드보다 설정규모가 크다. 요즘은 환노출펀드 가입자가 환율 하락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
실제 환헤지 유무만 차이가 있는 S운용사 일본펀드는 연초부터 3월까지 환헤지펀드보다 환노출펀드가 누적 수익률에서 12.6%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이달 들어선 환율 하락으로 환헤지펀드가 오히려 4.8%포인트 높다. 기간 수익률도 6개월과 1년 수익률은 환노출펀드가 각각 2.2%포인트와 28.7%포인트 앞선 반면 1개월 수익률은 환헤지펀드가 14.3%포인트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환헤지펀드와 환노출펀드는 환율 움직임에 따라 성과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작년은 원화가치 급락으로 환노출펀드가 환헤지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았다. 이때 환노출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지금 환차손으로 마음 고생을 하고 있을 것이다.
환율은 경제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한다. 현재 환율 변동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물론 환율을 예측해 환노출과 환헤지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더라도 환율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환헤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특히 환율 예측이 쉽지 않은 개인에게 환헤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환헤지를 원하지 않는다면 장기 적립식펀드에 가입해 환헤지와 비슷한 효과를 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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