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피해 예상업종 '울상'

  • 농축산업, "2300억원 피해우려" 제약업, "지재권 부담"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종결로 협정이 사실상 타결됐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를 두고 '경사 중의 경사'라며 화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협정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농축산업, 한·EU FTA 피해 2300억원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14일 "최근 타결된 한·EU FTA에 따른 국내 농축산업의 피해 규모는 2300여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하반기 중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특히 돼지고기 부문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기준으로 EU산 냉동 삼겹살 수입은 2억8000만 달러로 EU산 돼지고기 전체 수입액 4억 달러의 70%를 차지한다.

현재 EU산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산의 87% 수준이다. 앞으로 25%인 관세가 없어지면 72%로 낮아져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 냉동삼겹살 1㎏의 가격은 현재 국내산의 경우 7748원, EU산 5123원, 미국산 4559원이지만 FTA 발효로 관세가 없어지면 EU산은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4098원까지 내려가게 된다.

삼겹살을 제외한 나머지 부위는 '냉동 기타'로 분류됐다. 그 중 냉장 목살은 10년 내 관세철폐(세이프가드), 냉동 목살은 5년 내에 철폐된다. 단, 냉장 삼겹살과 목살 수입에는 세이프가드를 설정했다.

외교통상부 한 관계자는 "돼지고기는 부위별 혹은 냉장이냐 냉동이냐에 따라 수입에 큰 차이가 있다"며 "EU산 돼지고기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 이미 시장점유율이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특히 소비량이 많은 삼겹살의 경우 10년내 철폐를 EU측에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지재권 부담, 제약업계도 죽을 맛
지적재산권의 영향이 큰 제약업계도 한·EU FTA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제약협회는 이날 '한·EU FTA에 대한 제약협회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한·EU FTA에서 의약품 분야는 피해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 한·EU 양측은 의약품 부문과 관련해 의약품 품목허가의 자료보호기간을 5년으로 합의했다.

제약협회는 "업계는 지난 2007년 한·미 FTA 협상 당시 미국의 과도한 지적재산권 보호요구를 과감히 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이번 한·EU FTA 협상에서도 의약품 품목허가 자료보호기간을 5년으로 합의해 한·미 FTA 협상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협상에서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조항은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한·미 FTA에서 미국이 요구중인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가 발효돼 우리 약사법에 반영되면 '한·EU FTA'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제약협회의 주장이다.

제약협회는 "미국이 집요하게 요구해 온 '허가-특허 연계'가 발효되면 EU에 적용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이 때문에 국내 제약기업이 제네릭 의약품 및 개량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통로를 가로 막는 암울한 장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약업계의 우려대로 의약품 허가-특허가 연계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는 미국ㆍ유럽 등의 외국계 제약사들이 국내에 진출할 때 특허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국내 제약사들의 복제약 출시가 지연되거나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제약협회는 지재권 강화로 인해 △다국적 제약기업의 국내 의약품시장 점유율 확대 △비싼 오리지널의약품 이용률 증가로 약값 부담 상승 △국내 제약산업 후퇴에 따른 실업률 증가 등의 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변, "FTA 합의문 공개해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EU FTA 최종 합의문을 공개할 것을 정보공개법에 따라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공식 청구했다"고 밝혔다.

민변은 "외교부가 전날 '한·EU FTA는 열거주의(positive) 방식으로 개방을 했기 때문에 이른바 역진 금지조항(래칫 조항)이 없다'고 설명한 것은 실질적으로는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아무리 열거주의 방식으로 개방한 경우라도 합의문 안에 '일단 개방을 약속한 내용은 다시 복구할 수 없다'는 조항이 들어가면 그 자체가 역진 금지조항으로 기능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가서명 전에 합의문을 공개해 국민적 토론과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장관은 10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만약 공개를 거부할 경우 그 이유를 청구인인 민변 측에 통보해야 한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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