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8월 산업은행, 기업은행,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27개 공기업의 정부지분 매각(민영화)과 주택공사 및 토지공사의 통합 등을 골자로 한 제1차 공공기관 선진화계획을 시작으로 지난 3월에는 대한주택보증,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60개 기관의 정원을 11.6%(2981명) 감축키로 하는등 여섯 차례에 걸친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2010년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을 고려할 때 공공기관 개혁정책을 추진해 나갈 동력이 확보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또 지난달에는 92개 공공기관장 및 100개 공공기관에 대한 2008년도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공공기관 운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퇴행적 관행에 쐐기를 박아 ‘공공기관 개혁’의 시’을 알렸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그러나 이 또한 1년 단위의 단기 경영평가와 지나치게 상업적인 효율성만 강조한 탓에 조직운영을 오히려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선진화의 본질을 고객지향 의식과 건설적인 경쟁을 통한 경쟁력 강화, 그리고 긍정적인 가치 창출이라고 진단한다.
이에 아주경제가 공기업 선진화 2기를 앞두고 22일 ‘공공기관의 효율적인 경영혁신 방안은 무엇인가’란 주제로 개최한 국회포럼은 향후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향배를 가늠하고, 공공기관 선진화계획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편집자 주>
본지가 22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공기업 경영혁신 포럼에서 공공기관 선진화는 궁극적으로 기관의 실질적인 경쟁이 가능하도록 시장환경을 조성하고 ‘밀어붙이기 식’보다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면서 점진적(Step-by-step)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또한 공공기관 및 기관장 평가는 지금보다 신뢰도를 더 높일 수 있는 보다 과학적인 평가체제 도입과 그 평가결과에 근거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귀결됐다.
이창원 한성대학교 교수(행정학과)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공기업 개혁 없이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그러한 개혁의 핵심에는 공공기관에 대한 과학적 평가와 평가결과에 근거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MB정부가 들어서서 추진중인 공기업 민영화 정책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이 교수는 공기업 선진화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고, 민영화 이후 관련 서비스의 가격상승이 우려되며 △매각 대상기관 선정기준의 모순 △정치권력의 일관성 결여 △공기업 개혁 집행의 전문성 결여 등을 지적했다.
임해종 기획재정부 공공혁신기획관은 “정부 역할을 최대한 민간에 넘기고 공공부문의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정책을 펴고 있다”며 “24개 기관의 민영화뿐 아니라, 통∙폐합, 인력감축 등의 경영효율화는 시행시기만 일부 조정될 수 있을 뿐 당초 계획대로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지식경제부 정책기획관은 “기획재정부는 지분 또는 자산 매각 추진 부분에 있어서 매각시기와 자산가치 규모 중 무엇에 더 가중치를 둬야할 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취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 국장은 공공기관 평가와 관련해서도 “부처별로 평가그룹간의 위원구성이 다르다보니 평가 잣대가 상이해 통합 조정이 필요하다”며 ”경영평가 기준도 기관별 특수상황이 고려될 수 있도록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완선 성균관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올해 처음 시행된 공공기관장 평가는 기관장 개인의 인성평가가 아닌 경영진의 리더십과 기관의 노사문제 등 조직 관리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중점을 뒀다”며 “이 과정을 통해 공기업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공기관은 평가와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며 “국민과 언론매체도 공공기관을 지적만 할 것이 아니라 최근의 뼈를 깎는 노력을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민수 한국광물자원공사 기획이사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부채비율이 경영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개선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최근 해외수입사업이 3배로 늘어나 해외투자가 커지다보니 외화차입을 통해 조달하는 부분이 늘고 부채비율도 증가하고 있다”며 “열심히 일하는만큼 자산건전성은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민영화는 현 정부가 그동안 단행한 대규모 부자감세 조치로 인해 발생한 재정부족분을 충당하고 재벌에 특혜를 주기 위함이 아닌가 의심이 간다”며 “사회 전체적인 대화와 논의를 통해 공공부문의 새로운 재편이 필요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공공기관장 인사에 대한 공정성이 없는데 과연 평가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겠느냐”며 “모든 기관장들이 정부 단속에 일조할 인물인지 전문성을 갖췄는지부터 평가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박재붕, 안광석, 차현정 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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