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동영상에 모든 게 찍혔다고요? 물론 당시 정황은 있겠지만 (한나라당 의원이)대리투표를 했다는 확실한 물증은 없지 않습니까?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판결을 두고 봐야죠.”
미디어법이 강행처리 된 지난 22일 당시 본회의장을 지켰던 한나라당 A보좌관의 말이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대리투표·재투표에 의거한 미디어법 처리는 무효’라며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하지만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를 “미디어법은 이제 역사의 장으로 넘어갔다. 민생에 올인하자”며 천연덕스럽게 받아쳤다.
문제는 객관적으로 한나라당이 태연할 상황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방송법 재투표 의혹에 대한 주변여론부터 그렇다.
당시 이윤성(한나라당) 국회부의장은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수, 18대국회 기준 148명) 부족을 이유로 1차표결 불성립을 선언한 후 재투표를 선언했다.
김승환 한국헌법학회 회장은 “당시 과반수가 아닌 145명이 투표했다”며 “이 부의장 말대로 투표 불성립이 아닌 부결로 봐야 마땅한데 즉석에서 재투표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국회법 제109조에는 본회의에 회부된 법안처리의 전제조건으로 ‘재적의원 과반수 재석·참석의원 중 과반수 찬성’을 달고 있다.
또 ‘일사부재의 원칙’에 의거해 한 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내엔 다시 제출할 수 없도록 한다.
김 회장에 따르면 재투표에 관한 유일한 근거조항은 국회법 제114조다.
즉 투표수가 명패 수보다 많을 때와 투표결과에 영향을 끼칠 때다. 유권해석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원칙만 따져도 한나라당에 불리한 셈이다.
대리투표 의혹도 마찬가지다. 당시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 등 몇 명은 당시 자리에 없던 동료의원을 위해 대리투표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복경 서강대 교수(전 국회입법조사관)는 “우리나라 헌법과 국회법은 대리투표를 인정하지 않는 원리에 근거한다”며 “단 한 건의 대리투표가 발생했더라도 표결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사무처 측은 현재도 당시 본회의장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둔 한나라당이 겉으로 큰소리는 치면서도 돌아서서는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진행 중인 장외투쟁이 여론의 지지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정국’을 이어가야 한다.
하지만 당장 8월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 가능성이 높다. 또 9월 이후에는 국정감사와 예산정국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국회등원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민생법안 처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여론비판에도 직면한 상태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10월 재보선 표몰이 등 정치논리에만 몰두했지 정작 미디어법 대안이나 민생법안 처리에는 관심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주경제=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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