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규모 124조원의 '공룡' 삼성생명이 증시에 입성한다. 벌써부터 보험업계는 물론 금융권 전체가 삼성생명의 상장이 미칠 파급 효과를 예측하느라 분주하다.
생명보험사 간의 상장 경쟁은 더욱 불을 뿜을 전망이다. 증시는 시총 순위 변동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변동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재무건전성·기업가치 높아질 듯
삼성생명은 이번 주 상장 주간사 선정을 위한 입찰요청서(RFP)를 발송하고 다음달 초 주간사를 확정할 계획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융당국도 상장에 긍정적"이라며 "상장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내년 상반기에는 증시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상장은 삼성생명의 대외 신뢰도 제고와 기업가치 증진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재무 건전성 확보, 경영 투명성 강화 등으로 주식거래가 활성화하면 보험계약자와 주주에게도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
생명보험업계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보사들의 경영 활동이 공시를 통해 공개되면 감시 기능이 강화돼 보험산업의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보사들의 상장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내년 상장 계획을 발표한 대한생명은 예정대로 일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초 대한생명의 상장 주간사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골드만삭스가 철회 의사를 밝힌 것도 삼성생명 상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상장 계획을 밝힌 대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물론 상장에 소극적이었던 교보생명도 일정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상장을 통한 자본확충 압박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내년 상장 추진하는 배경은?
업계는 삼성그룹이 삼성차 부채 상환을 위한 재원 마련 수단으로 삼성생명 상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차 채권단이 지난 2005년 부채 4조7380억원을 상환하라며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이 임박하자 삼성생명 주식 매각을 통해 채무를 갚으려 한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삼성그룹 측이 채권단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을 대신 처분해 2조3000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어 연말에는 현재 진행 중인 항소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 상장은 신규 자금 확보, 삼성차 부채 문제 해결, 이건희 전 회장의 자금 확보 등을 염두에 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사안이라 삼성생명과 상관은 없지만 구조적인 측면에서 가능한 시나리오이긴 하다"고 말했다.
상장 차익을 삼성생명에 재투자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생명은 오는 2015년까지 글로벌 탑 15 보험사에 진입한다는 미래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 보험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추가적인 자금 확보가 절실하다.
◆ 단숨에 시총 10위권으로 껑충
삼성생명 상장은 국내 증시의 지각변동을 불러오게 된다.
삼성생명의 발행 주식은 2000만주 가량이다. 현재 주가는 50만원대에 머물고 있지만 상장 공모가는 70~77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럴 경우 시가총액 순위 10위권으로 진입하게 된다.
송인찬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시 삼성생명의 적정 가격은 77만원 수준으로 시총은 15조원을 웃돌 것"이라며 "생보업계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삼성생명의 기업가치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삼성생명 상장에 따른 수혜주로는 지분 매각이 가능한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 그룹 내 금융 계열사와 CJ 계열사가 꼽힌다.
◆ 삼성그룹 순환출자 문제없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삼성그룹에 대한 특검 수사를 거치면서 이건희 전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해 최대주주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가치가 50%를 넘어도 금융지주회사로 지정되지 않게 됐다. 기존에는 삼성생명 상장으로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로 지정되면 자회사인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할 수 밖에 없어 순환출자 구조가 무너지게 된다는 이론이 제기돼 왔다.
현재 삼성생명 지분은 이건희 전 회장 20.76%, 신세계 13.57%, 삼성에버랜드 13.34%, 제일은행신탁 6%, CJ제일제당 4.8%, 삼성문화재단 4.68%, 삼성생명공익재단 4.68%, CJ 3.2%, 기타 28.97% 등이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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