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불안이 불안을 부른다…도카라 열도 지진에 확산되는 '7월 대지진'설

  • '5일 쓰나미' 예언 빗나갔지만 도카라 열도서 규모 5.4 지진

  • 도카라 열도, 6월말~7월초 1400회 이상 지진 발생...주민 피신

  • 만화가 다쓰키 료 예언과 겹치며 괴담으로 확산...日기상청 "인과관계 없어"

  • 日전문가 "계속해서 주의 필요"..."허위 정보에는 주의해야"

일본 가고시마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가고시마[사진=게티이미지뱅크]


7월 5일 새벽 일본 난카이 지역에서 대지진으로 인한 거대 쓰나미(지진해일)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언은 결국 빗나갔다. 다만 가고시마현 도카라 열도에서 예언 당일인 5일 새벽 6시 29분경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7월 대지진설’ 공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도카라 열도는 규슈섬 남쪽에 있는 유인도 7개와 무인도 5개로 이뤄진 곳으로, 2021년 12월과 2023년 9월에 각각 300회가 넘는 소규모 지진이 일어난 적이 있다. 올해는 횟수가 더욱 잦아져 6월 21일부터 7월 6일 오전까지 약 1400회 이상의 군발 지진이 발생했다. 지역 주민들이 하루에 약 100회 가까이 지진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달 2일에는 규모 5.6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튿날인 3일에는 규모 5.5의 지진이, 5일 오전에는 규모 5.4의 지진이 이어졌다. 5일 지진으로 도카라 열도의 섬인 아쿠세키지마(惡石島)에서는 진도 5강의 큰 흔들림이 감지됐다. 일본에서는 지진 발생 시 해당 지역에 있는 사람이 느끼는 흔들림을 수치로 나타낸 ‘진도’ 개념을 사용하는데, 5강은 무언가를 붙잡지 않고서는 걷기 힘든 수준으로 땅이 흔들리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처럼 심상치 않은 규모의 지진이 이어지자 아쿠세키지마 주민 13명이 이미 가고시마로 이동했으며, 6일에는 추가로 46명이 피신했다.   

이와 함께 이번엔 규슈 내륙 신모에다케(新燃岳) 화산에서 지난 3일 연기가 5000m 상공까지 치솟으며 주민들의 불안이 이어졌다. 신모에다케는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에 걸쳐 있는 기리시마산 봉우리다. 교도통신은 “신모에다케에서 5000m까지 연기가 난 건 2018년 4월 5일 이후 7년만”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이번 도카라 열도 지진은 만화가 다쓰키 료의 대지진 예언 시기와 겹치면서 각종 괴담과 공포로 확산하고 있다. 도카라 열도 군발 지진 이전부터 홍콩 등지에서는 다쓰키의 만화 ‘내가 본 미래 완전판’을 근거로 일본에서 7월 대지진 발생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내가 본 미래’에는 다쓰키가 1999년 꾼 꿈의 내용이 등장하는데, 2025년 7월 대지진이 발생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보다 3배 높은 쓰나미가 일본 서남권을 덮친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대지진설의 영향으로 지난 5월 일본을 찾은 홍콩인은 전년 대비 1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홍콩 항공사 ‘그레이터베이항공’은 승객 급감에 따라 홍콩과 일본 도쿠시마·돗토리를 잇는 항공편을 오는 9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일본행 항공권 가격이 급락했다. 5일 인천발 나리타행 저비용항공사(LCC)의 편도 항공권이 5만~7만원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여름철 성수기의 왕복 항공권 가격이 평균 40만 원대 안팎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아진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주일 중국대사관도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자국민들에게 지진을 포함한 자연재해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고 알리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일본 기상청은 5일 기자회견에서 대지진설과 도카라 열도 지진 간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강조했다. 기상청의 지진해일감시과 관계자는 “완전히 우연으로, 인과관계는 없다”면서 “예언대로 지진이 발생한다고 해도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따라 행동할 것을 당부하면서 “일본에서는 언제든지 지진이 발생할 수 있으니 평소부터 대비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지진 전문가들도 계속해서 지진 발생에 유의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괴담이 퍼져나가고 있는 데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지진 전문가인 도쿄대 히라타 나오시 명예교수는 “앞으로도 같은 규모의 지진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아사히신문에 설명했다. 다만 7월 대지진설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면서 “일본은 어디서나 지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허위 정보와는 무관하게 주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니시무라 다쿠야 교토대 방재연구소 교수는 도카라 열도에서 지금처럼 규모 6 미만의 지진이 지속되면 쓰나미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방재심리학을 연구하는 기무라 레오 효고현립대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는 대지진설에 대해 “불안이 불안을 부르고 있는, 아주 좋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기무라 교수는 “과학적 사실을 이해하더라도 계속해서 정보를 보거나 들으면 무시할 수 없게 된다”면서 SNS 의존을 줄이고 기상청 홈페이지 등 신뢰할 만한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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