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내년 예산안 처리를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정부는 17일 오후 5개 부처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국회 압박에 나섰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세부적인 예산편성내역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버티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일정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
◆ 4대강 예산 충돌 = 국회의 늑장 예산안 심의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될 조짐을 보이자 다급해진 정부는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 경우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정치권에 공세를 펼쳤다.
정부는 법정시한인 12월2일까지 예산안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다음달 9일까지는 예산안 심의를 마쳐야 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정부의 4대강 사업 착수에 거세게 반발하며 정상적 예산심의 불가 방침을 선언했다.
정부와 야당의 예산안 충돌 배경에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가 배경에 깔려 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4대 강 문제와 관련해 다른 야당과의 공조를 가속화하겠다”며 “19일 여야 원내대표 회담 이전에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해 뜻과 가치를 함께 하는 모든 세력과 힘을 합칠 것”이라고 가세했다.
그러나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에 제출한 세부내역 자료를 지적해 가면서 야당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 장관은 "심의과정에서도 가능한 자료는 얼마든지 제출할 것"이라며 "자료 때문에 예산심의가 어렵다는 것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 늑장심의 구태 반복..국회 7년째 헌법 어기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6일 원내 수석부대표 접촉을 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19일 원내대표회담을 갖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내달 9일까지는 예산안 심의를 마쳐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12월 임시국회 개최가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헌법 54조2항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 12월2일을 법정 처리시한으로 못박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를 지킬 가능성은 없어진 셈이다. 7년째 법정 시한을 어기게 되는 것이다.
대선이 있던 지난 2002년에만 11월8일에 예산안이 조기통과됐을 뿐 그 후 2007년까지는 매년 12월27일을 넘겨 통과됐다. 2003년에는 12월30일, 2004년에 12월31일, 2005년에는 12월30일, 2006년에 12월27일, 2007년에 12월28일이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구태여 정부가 합동회견을 여면서까지 정치권을 압박해야 하는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정부가 예산안 법정처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자칫 여야의 원만한 합의과정을 해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김선환·송정훈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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