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금융권 사외이사 제도 개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이나 은행지주회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사외이사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제도 개선 방안이 폭풍의 눈이 된 셈이다. 이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또 다른 관치금융 아니냐는 논란으로 이어져 은행 경영 전반에 걸쳐 영향이 확산될 전망이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은행권 사외이사 제도의 문제점과 현황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사외이사제 방향을 모색해본다.)
금융당국이 외환위기 이후 유지돼 온 금융기관의 사외이사 제도에 메스를 대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금융권은 좌불안석이다.
제도 개선안의 골자는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의 겸직을 금지하고 사외이사 임기를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주사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함께 맡고 있는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권은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사외이사한테 이사회 의장을 맡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신한·우리·하나, '후폭풍' 닥칠까 전전긍긍
금융당국은 신속히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이르면 연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김광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연내 제도 개선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처럼 이사회 의장 임기가 상당 기간 남아있는 CEO의 경우 당장 경영 활동에 타격을 입게 된다. CEO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된 상황에서 남은 임기 동안 안정적인 경영을 펼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CEO를 둔 금융지주사도 속 편한 상황은 아니다. 내년 새로 취임할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지 못할 경우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권은 사외이사 제도를 바꿔야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권 발전을 위한 정책 수립 및 변경에는 이의가 없다"면서도 "굳이 문제가 없는 부분까지 손대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금융지주사 CEO 대부분이 오랜 기간 회사를 이끌며 적지않은 업적을 남겼다"며 "경영 활동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면 몰라도 단순히 오래된 인사를 교체하자는 취지라면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정부가 잘 굴러가고 있는 회사에 입김을 가하는 데 대해 해외 투자자들은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며 "경영 전반을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현재 사외이사 중에 이사회를 이끌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외이사가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사외이사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면 이사회 전체가 무법천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에 섭섭함을 내비치는 금융권 인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금융권은 정부 정책에 최대한 협조해왔다"며 "정부 소유도 아닌 민간 금융기관에 손을 대는 것은 관치금융의 극치"라고 말했다.
반면 사외이사의 임기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잡음이 많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 사외이사의 임기가 1년인 이유는 주주총회에서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현재도 큰 문제가 없으면 연임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임기를 좀 늘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SC지주, "견제·균형이 선진금융"
지난 6월 말 설립된 SC금융지주는 출범 당시부터 지주사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현재 지주사 대표는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이, 이사회 의장은 팀 밀러 스탠다드차타드그룹 이사가 각각 맡고 있다.
SC금융지주 관계자는 "경영진은 기업을 경영하고 이사회는 경영진을 견제하는 것이 선진화된 경영기법"이라며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야 이사회의 독립적 견제 기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SC금융지주 6명의 이사 중 사외이사는 3명이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전체 9명의 이사 중 7명이 사외이사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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