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두바이 '신드롬'이 '쇼크'로

전 세계가 주목하던 사막의 기적이 일장춘몽으로 끝날 지경에 몰렸다. 두바이 개발을 주도해 온 최대 국영 개발기업이 빚더미에 몰려 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불과 20년만에 두바이 신드롬은 두바이 쇼크로 전락했다. 두바이를 선망하던 이들은 이제 두바이 쇼크의 파편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두바이 위기설은 사실 어제 오늘 나온 애기가 아니다. 경기침체가 시작되면서 두바이 위기설은 심심치 않게 회자됐다. 연초에 한 외신은 두바이국제공항 인근에 외국인들이 버린 자동차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꿈을 좇아 두바이를 찾았던 외국인들이 부채에 떠밀려 야반도주하고 있다는 설명이 따라 붙었다. 사막 한 가운데서 스키마저 즐길 수 있는 두바이는 결코 '실패가 불가능한 곳'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전 세계는 두바이의 성공을 칭송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일시적인 충격일 뿐이라며 위기를 모른 체 했다. 한 순간에 무너지기엔 모래성이 너무 커 보였던 탓이다. 두바이의 성공을 장담한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카리스마도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데 한 몫 했다. 세계는 오히려 그의 리더십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모래성은 모래성이었다. 카드로 지은 집이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할 지 모른다. 자원이 빈약한 두바이는 빚을 내 성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채 규모가 커도 너무 컸다. 두바이 정부의 부채 800억 달러 중 채무 상환 유예를 요청한 두바이월드의 빚만 590억 달러에 달한다. 전체 국가 채무의 74%에 이르는 액수다. 모두 두바이를 개발하는 데 들인 돈이다.

재밌는 건 당분간 빚을 못 갚겠다고 선언한 두바이에서 채무불이행에 따른 처벌이 상당히 무겁다는 점이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 탓이다. 부채를 갚지 못한 외국인들이 차를 버리고 줄행랑 친 것은 형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두바이 사태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원이 빈약하기로는 두바이와 다를 바 없는 우리나라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막론하고 두바이를 모델로 삼아 투자 유치에 나서기 바빴다. 아시아 금융허브로 자리잡겠다며 벤치마킹한 곳 가운데 하곳도 두바이다. 그러나 두바이는 이제 금융허브 자리를 내줄 처지에 놓였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