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위기설은 사실 어제 오늘 나온 애기가 아니다. 경기침체가 시작되면서 두바이 위기설은 심심치 않게 회자됐다. 연초에 한 외신은 두바이국제공항 인근에 외국인들이 버린 자동차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꿈을 좇아 두바이를 찾았던 외국인들이 부채에 떠밀려 야반도주하고 있다는 설명이 따라 붙었다. 사막 한 가운데서 스키마저 즐길 수 있는 두바이는 결코 '실패가 불가능한 곳'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전 세계는 두바이의 성공을 칭송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일시적인 충격일 뿐이라며 위기를 모른 체 했다. 한 순간에 무너지기엔 모래성이 너무 커 보였던 탓이다. 두바이의 성공을 장담한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카리스마도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데 한 몫 했다. 세계는 오히려 그의 리더십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모래성은 모래성이었다. 카드로 지은 집이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할 지 모른다. 자원이 빈약한 두바이는 빚을 내 성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채 규모가 커도 너무 컸다. 두바이 정부의 부채 800억 달러 중 채무 상환 유예를 요청한 두바이월드의 빚만 590억 달러에 달한다. 전체 국가 채무의 74%에 이르는 액수다. 모두 두바이를 개발하는 데 들인 돈이다.
재밌는 건 당분간 빚을 못 갚겠다고 선언한 두바이에서 채무불이행에 따른 처벌이 상당히 무겁다는 점이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 탓이다. 부채를 갚지 못한 외국인들이 차를 버리고 줄행랑 친 것은 형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두바이 사태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원이 빈약하기로는 두바이와 다를 바 없는 우리나라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막론하고 두바이를 모델로 삼아 투자 유치에 나서기 바빴다. 아시아 금융허브로 자리잡겠다며 벤치마킹한 곳 가운데 하곳도 두바이다. 그러나 두바이는 이제 금융허브 자리를 내줄 처지에 놓였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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