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KB금융 회장대행 겸 국민은행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본인이 직접 나서 금융당국과의 '화해 무드'를 조성하려 했지만 사전검사 수검일보 유출로 'KB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벌이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더욱 강도 높은 조사로 강 행장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는 KB 사태가 날로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금감원이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계좌추적권을 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사안에 따라 계좌추적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을 통해 금감원은 고객 예금 횡령과 금융사고, 내부자 거래 등의 조사에 필요한 경우 계좌추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국민은행 일부 지점에서 일어난 직원 횡령과 불법 대출에 대해 당국이 계좌추적권을 발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KB금융의 사외이사 비리와 관련해서도 계좌추적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강 행장이 "외압은 없다"며 불끄기에 나섰던 'KB 사태'가 진화는커녕 대형산불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사상 초유의 수검일보 유출로 일단 강 행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상태다.
금감원의 이번 검사는 강정원 행장은 물론 KB금융과 국민은행의 향방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은 심기가 불편해진 금감원의 종합검사 강화로 강 행장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오는 10월 끝나는 은행장 임기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수검일보 유출에 대해 강도높은 대응에 나설 것임을 이미 천명했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은행서비스본부장은 15일 "은행법 등 관련법규 검토 결과를 토대로 수사의뢰 등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는 지난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이 확보한 국민은행의 금감원 사전검사 수검일보가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금감원 검사와 관련된 금융기관의 일지가 외부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의도적으로 '검사방해' 목적을 갖고 유출했는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금융당국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이번 사태로 금감원은 KB금융은 물론 국민은행 등 금융기관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데다 '사후약방문'식의 고압 감독을 진행하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면서 국민은행에 대한 고강도 사전검사 의혹을 부인했지만 수검일보가 공개되면서 결국 허위 해명을 한 셈이 됐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감원의 법적대응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의 전례없는 수검일보 유출이 과연 금감원의 주장처럼 검사방해죄에 해당하느냐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은행법 69조에 따르면 금융기관 임원이나 직원이 검사를 방해하거나 기피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금감원은 수검일보 유출사항을 은행 검사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이 고의로 수검일지를 노출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 행장이 직접 사태수습에 나선 상황에서 금융당국을 건드릴 행동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조사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국민은행이 고의로 전례가 없는 수검일보 노출을 감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의 파장이 은행권 전체로 퍼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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