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블랙홀에 빠진 지자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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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1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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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혁신도시 공사진척도 20%...세종시 블랙홀 고조
충청∙호남권 기업도시, 지자체 선도사업 차질
전문가 “세종시 수준의 혁신도시 등에 인센티브 줘야”

세종시 수정안 발표 여파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역점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려하던 세종시 블랙홀 현상이 현실화돼 기업∙혁신도시에 직격탄을 맞는 사례도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17일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정부 국가균형발전차원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토대로 추진해 온 혁신도시 사업과 기업도시 등이 고사위기에 처했다. 그간 지자체가 공들여 온 사업도 일부 차질을 빚거나 무산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혁신도시 진척 ‘제자리걸음’…블랙홀 현실화
전국 10개 지역에 조성중인 혁신도시 사업은 총 사업비만 대략 10조7000억원에 달한다.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작년 말 현재 공사진척도는 20%에 불과하다. 혁신도시 입주를 정한 157개 공공기관 중 부지를 매입한 기관도 농수산물유통공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경찰종합학교 등 8곳에 그쳤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11개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충북 음성·진천 혁신도시의 경우, 공정률은 3%에 불과하다. 11개 이전기관 가운데 부지매입을 한 기관은 단 한곳도 없는데다 설계비를 확보한 기관도 기술표준원 등 4곳 뿐이다.

문제는 정부가 세종시 기업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혁신도시 조성사업이 고사위기에 빠졌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는 각종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업에겐 세종시 부지 3.3㎡당 40만원을 받고 내준다. 원형지라서 가능한 일이지만 기업 입장에선 입맛에 맞게 개발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대학은 이보다 10% 낮춘 36만원에 내준다.

   
 
 
더불어 소득·법인세는 3년간 100%, 2년간 50% 감면하고 취·등록세, 재산세는 15년간 감면 받도록 해 기업 특혜 논란을 일으켰다.

세종대 변창흥 교수는 “세종시에 땅값, 세금 등에 대해 싸게 주면서 10개 혁신도시나 지자체 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지자체 등은 세종시 처럼 인센티브를 줄만한 돈이 없어 ‘세종시 블랙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혁신도시건설촉진국회의원 모임은 최근 성명을 통해 “땅값 특혜는 50만㎡ 이상 투자자로 한정해 대기업에만 특혜를 주고 중·소기업, 연구소 등은 제외됐다”며 “저가공급의 명분인 ‘원형지 개발’은 오히려 부동산 개발을 통한 대기업의 땅 장사를 공인해 주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혁신도시에도 수정 세종시, 경제자유구역 수준의 입주 혜택을 제공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업도시 파탄…세종시 수준 지원책 내놔야

세종시 블랙홀 폭탄을 맞은 지자체 반발은 더욱 거세다. 유치를 위해 그간 공들여 온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세종시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는 지자체 내 선도산업을 이끌 기업들을 세종시로 몰리게 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미 투자 유치가 이뤄진 기업마저도 떠날 위기에 처했다.

특히 대구·경북권은 첨단의료복합단지, 신재생에너지 육성사업, 에너지클러스터 조성사업 등이 세종시와 기능중복이 불가피하다. 또 세종시는 수도권과 가까운 이점을 더해 땅값마저 저렴하다.

기업 유치 경쟁력 면에선 이들 혁신도시 및 경제자유구역보다 크게 앞선다.

충청권과 호남권은 세종시와의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역차별 체감도가 심하다. 호남권 혁신도시 공급가격은 광주·전남, 전북이 각각 149, 147만원으로 세종시보다 3배 이상 비싸다.

이에 따라 지역에선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내 33만㎡에 민간기업과 연구소 등을 유치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충청북도도 세종시로의 기업쏠림 현상을 우려했다. 대기업 협력업체의 세종시 동반 이전 과 도내 산업단지 신규 조성, 충북의 신성장동력 육성, 충주기업도시 조성에도 차질을 빚는 등 과학벨트의 충북 실익이 미미할 전망이다.

정우택 충북지사는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을 확인한다”며 “정부여당이 강력한 수단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기업∙혁신도시를 제대로 추진키 위해선 세종시에 대한 파격적 인세티브에 상응하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신한은행 이춘우 부동산팀장은 “세종시 지원으로 지자체 사업이나 혁신도시 취지가 망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정부는 새로운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존의 틀과는 다른 쇄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차현정, 김선국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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