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가 한풀 꺾였던 외환보유액이 보란듯이 한달만에 큰 폭으로 오르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외환보유액은 단기성 해외 차입금 유출에 대비한 '비상금' 성격이 강해 외환보유액 확대는 우리 경제의 대외 충격 내성이 강해졌다고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이 증가할수록 관리비용이 증가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하는 등의 부정적 효과를 배제할 수 없다.
◆ 외환보유는 多多益善?… '인플레 위험'·'관리비용' 증가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전월 대비 37억 달러 급증한 2736억9000만 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당초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달러화 가치가 급락으로 기타 통화의 달러화 환산 가치가 하락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보란듯이 큰 폭의 오름세를 그리며 한달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급증한 표면적 이유는 △엔화 강세에 따른 엔화 표시 외환보유액의 달러 환산 가치 상승 △외환보유 운용 수익 증가 △국민연금 통화스와프 자금 4억 달러 회수 등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환율 급락을 막기 위한 외환 당국의 달러 매입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외환 딜러들은 외환당국이 지난달에만 100억 달러 이상의 달러를 사들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달러를 늘릴 경우 통화 정책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정부가 달러를 사들이기 위해 원화를 푸는데 시장에 대량의 원화가 풀릴 경우 인플레 압력이 작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은은 인플레를 억제하기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하는데 지난 2007년에만 통안증권 이자비용만 7조원 넘게 사용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의 환율 조정이 결국 대외 신뢰도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당국이 직접 나서 환율 문제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면 통상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
또 외평채를 발행해 외환 보유액을 늘릴 경우, 미국 국채와의 금리차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 생기게 된다.
2014년 4월 만기 한국의 외평채 금리는 현재 3.8%로 만기가 같은 미국 국채 금리(2.31%) 비해 1.5%포인트 가량 높다. 정부와 한은이 외평채 발행을 통해 이자로 지급한 돈은 지난 5년간 약 40조원(연평균 7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와 함께 외환보유액이 많다는 기대감에 빠진 은행들이 단기 외채 관리를 소홀히 해 발생하는 간접적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 외화조달 '단기'에서 '장기'로… 통화구성도 다변화해야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 증가에 따른 마이너스 효과를 낮추기 위해서는 단기 차입을 장기 차입으로 바꾸고, 단기 외채를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논평을 통해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외환보유액을 계속 확충하기보다 외화자금 중개를 맡은 국내외 은행들에 대한 외환 건전성 규제 등 간접적인 자본유입을 규제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 통화구성을 다변화하고 통화 스와프를 확대해 외부 충격을 견딜만한 외환구조를 갖춰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중국·일본 등과 맺은 통화 스와프를 영국·유럽 등으로 확대해 글로벌 경제가 변할 때마다 외환 규모를 조절하는 등의 탄력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호주의 외환보유액은 330억 달러로 한국의 8분의 1도 안 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동을 잘 버텼다. 호주의 대외 부채 중 40% 정도가 호주달러일 정도로 호주는 자국 통화의 국제적 태환성을 확보해 대외 변동성을 낮췄기에 가능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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