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태국 시암시티은행 인수 포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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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0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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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민영화를 앞두고 야심차게 추진했던 태국 시암시티은행(SCIB) 인수를 포기한 이유는 뭘까.

금융권은 산업은행이 해외투자나 민영화 추진 차질을 우려해 일찌감치 발을 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겉으로는 국제시장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애초에 신중하지 못한 접근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산업은행은 태국 시암타이은행 인수를 포기했다며 입찰 참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시암시티은행 지분의 49%는 이미 태국 정부가 만든 금융기관 발전펀드로, 사실상 태국 정부가 시암시티은행을 민영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즉, 산업은행이 태국 정부의 적극적인 서포트 없이는 인수 작업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실제로 태국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매각 일정을 확정하겠다고 못박았다"며 "태국 은행 기준으로는 7위에 해당해 강적이 꽤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SCIB는 방콕은행, 꾸릉타이은행, 시암 커머셜 뱅크, 까시콘뱅크, 뱅크 오브 아유타야, TNB뱅크에 이어 7위 규모의 은행이다.

현재로서는 뱅크 오브 노바 스코티아(Bank of Nova scotia)가 이미 4.07%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등 인수대상 1위로 거론되고 있다.

정중호 하나금융지주연구소 연구위원은 "HSBC도 강적으로 거론됐지만 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 캐나다 국적의 뱅크 오브 노바 스코티아 은행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태국 정부가 특별히 서포트하지 않는 이상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해 포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정 연구위원은 "태국 부실채권(NPL)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등 태국 시장 여건도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용식 우리금융지주연구소 연구위원은"시암시티은행 인수를 하겠다고 천명한지 보름밖에 안됐다"며 "이는 인수대상 선정 과정에서부터 신중을 기하지 않았다는 얘기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은이 처음으로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해 사회간접자본과 에너지개발 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태국 정부를 설득했으나 먹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은이 시암시티은행 인수를 포기하면서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에 이어 해외진출 전략이 상당 기간 차질을 빚는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리먼 때는 투자은행의 특성상 리스크 익스포저를 파악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잘했다'라는 평가를 들었지만"며 "하지만 이번에는 상업은행임에도 불구, 보름 만에 인수 포기를 선언해 해외진출 전략이 틀어지는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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