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주택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최악인 지난해보다 어렵습니다. 반면 정부는 지난해와 달l리 시장에 냉담, 건설업은 갈수록 살얼음판입니다."(주택사 임원)
지난 11일 한국의 주택건설업계 대표하는 김정중 현대산업개발 부회장(한국주택협회장)과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대한건설협회장), 김충재 금강주택 회장(대한주택건설협회장)과 주택사 임원이 강남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
정부가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건설 부동산에 대해 규제정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벼랑길에 몰린 건설업의 현실을 알려야겠다며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다.
'고사위기와 사면초가'. 이날 모임에서 업계의 호소는 절박했다. 이들은 건설업이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힘겹고, 중견을 포함한 다수의 건설사가 도산 위기라고 밝혔다.
◆ 사형선고 부도설 - 공개석상서 거론
실제 주택사업을 포기하는 주택건설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주택사업자는 5361개사로 1년 전에 비해 850개사가 줄었다. 주택사업이 어렵기 시작했던 2008년 한해, 809개사가 주택사업을 접은 것보다 41개사가 늘었다.
건설사의 부도설은 해당 기업에는 사형선고와 같다. 그러나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장이 기업의 부도설을 거론할 정도라면 이만 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위험수위를 넘은 건설사는 이미 시중에 회사명이 나돈다. 실제 N과 S,W 등 다수의 중견 건설사들이 경영난에 봉착, 하루 연명이 힘들 정도다.
권홍사 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지표상 경기는 회복세이나 건설업계의 사정은 정반대로 자금난과 미분양 물량 증가로 잇단 부도설에 휘말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올 상환 PF 44조, 금융권도 위험하다
사면초가의 건설업 현실은 '미분양 증가→PF대출 부실 우려→업계 도산'이라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건설시장의 불황은 누적 미분양에 따른다. 작년 12월 말 기준 미분양주택 규모는 12만3297가구에 이른다. 하지만 업체들이 각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은 물량까지 포함하면 실제 미분양 규모는 20만 가구 이상이 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가구당 2억원으로 잡을 때 40조원 이상이 미분양에 묶여 있는 셈이다.
미분양 증가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PF대출은 대부분 신규 분양주택을 포함, 대부분의 부동산개발에서 이뤄진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PF대출 규모는 44조원에 이른다. 전체 PF대출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미분양 급증상황에서 만기도래의 PF채무상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PF의 상환불능은 건설업계과 금융업계의 부실화의 뇌관이다.
◆분양도 하지 전에 미분양 걱정 태산
PF대출 부실화는 통계 상의 얘기만이 아니다. 한강신도시와 고양삼송지구에서 분양에 나서거나 분양대기 중인 건설사는 미분양에 따른 PF의 상환문제가 나오면 골치가 아프단다. 이미 분양한 주택사는 양도세 감면 혜택에도 불구, 계약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일부 단지의 계약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올해 각각 2000여가구, 4000가구의 분양이 추가로 예정돼 있어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은 분양에 앞서 미분양털기에 골몰한다. 미분양이 많으면 공사대금이 돌지 않아 대출금 값기가 막막해질 수 밖에 없다.
김포 한강신도시내 분양에 나섰던 한 건설사 담당 직원은 "앞으로 추가로 나올 분양물량도 많은데, 양도세 감면 혜택이 끝나 수요자들의 관심을 어떻게 끌지 갑갑하다"며 "추가 할인 방안을 자체적으로 강구하겠지만, 정부의 세제 혜택 없이는 미분양 털어내기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주택건설업계가 양도세 감면 특례 기간 연장, 오는 6월30일 만료되는 미분양주택 취ㆍ등록세 감면 연장, 주택금융규제(DTI, LTV) 완화 등을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사정 때문이다.
◆중소 주택사 850개사 사업 포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주택건설사들은 주택공급을 포기하거나 대폭 줄이고 있다. 이는 주택공급 축소로 이어져 수급불균형을 좌초하고 격이다. 더구나 민간택지까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고 있고 정부가 주도해 사실상 반값아파트인 보금자리주택을 대거 공급하는 상황이어서 민간건설사들의 주택사업은 더욱 어려워지는 구조다.
실제로 주택시장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주택사업을 포기하는 주택건설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 주택사업자는 5361개사로 2008년 6171개, 2007년 6980개에서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주택사업자등록증을 반납한 건설사도 2007년 221개사에서 2008년 331개사로 증가했고, 경기가 다소 나아졌던 작년에도 326개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턴키 헐값수주로 일파만파
침체 늪에 빠진 주택건설시장은 공공시장에 직격탄이다. 건설사들은 주택사업에 실익이 없자 공공공사 시장에 대거 뛰어들었다. 하지만 물량이 갈수록 줄고 있어 제 살 깎기 식 출혈경쟁이 만연해 있는 상태다.
단적인 예가 지난달 진행된 4대강살리기사업 2차 턴키공사 입찰 결과다. 참여한 컨소시엄 간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추정공사금액 대비 낙찰률이 50%에 달한 저가투찰이 무더기로 쏟아져 부실공사 논란을 빚었다.
건설사들이 4대강사업에 참여했다는 실적을 남기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일감확보를 위해 무리수를 둔 것도 저가투찰의 이유다. 업계에서는 주택건설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공공물량 확보를 위한 과다경쟁이 올해 예고되는 만큼 저가투찰로 인한 수익성 저조현상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주택건설업계 상황에 대해 "주택비중이 많은 중견건설사들은 올해도 예년에 비해 많이 어려울 것"이라며 "물량이 많은 재개발ㆍ재건축시장은 대부분 대형업체 몫으로 돌아가고 있어 대형사와 중견사간 경영상황 양극화도 여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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