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가계 부채, 한국경제 '뇌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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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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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사는 김모씨(54)는 최근 금리 때문에 좌불안석이다. 현재 거주 중인 집을 사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4억원 가량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지만 지난해 회사 퇴직으로 정기 수입이 사라져 이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대출금리는 사상최저 수준이지만 김씨 입장에서는 다달이 내는 이자를 내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김씨는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현재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집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을 지도 고려하고 있다.

#2) 경기도 일산에 사는 최모씨(37)도 마찬가지 심정이다. 2년 전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은행 대출을 통해 집을 덜컥 샀지만 그의 임금은 지난 2007년부터 4년째 동결됐다. 최씨는 실질소득 감소로 이자 부담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으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상당한 심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가계 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가계의 실질 소득이 줄어든 반면 부채는 계속적으로 증가해 가계를 압박하고 있으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가계가 지고 있는 가계신용(대출·신용카드 사용 등)은 712조7971억원(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676조321억원에 비해 5.4% 늘어난 것이다.

반면 가계가 지출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같은 기간 1027조5897억원에서 1043조1988억원으로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가계신용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우리나라 가계 부채 비율은 지난해 9월 68.3%로, 2008년 9월의 65.8%보다 2.5%포인트 올라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의 각종 대출 규제책에도 가계의 대출 수요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7월과 9월 주택담보대출을 잡기 위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확대했고, 3분기 중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이 기간 비은행 예금취급기관과 기타금융기관의 대출은 각각 5조5000억원, 3조9000억원 늘며 전기의 2조9000억원, 2조7000억원에 비해 2배 가량 상승했다.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난 셈.

지난해 11월에는 예금취급기관(은행+비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46조7076억원으로 전월대비 4조7073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6월(5조4788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량이다.

이처럼 가계 부채가 빠르게 늘면서 한국 경제의 회복세를 가로 막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전용식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가계 부채 증가는 가계의 저축을 떨어트리고 소비를 위축시켜 국가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 부채가 늘면 이자비용 부담 증가로 저축이 줄고 소비가 감소한다. 또 많은 수의 저신용자가 발생할 수 있어 사회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올해 한국의 저축률은 3.2%로 일본과 함께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가계 부채를 부실화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가 꾸준히 올라갈 경우 중하층의 가계 대출 부담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주택버블 등이 꺼져 집값이 내려간다면 중산층까지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2006년과 2007년 2년간 금리가 2%포인트 가량 오르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됐다.

한편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한국 경제의 가장 걱정거리는 가계 부채로 장기간 우리에게 짐이 될 수 있다"며 "당국자들이 가계 부채 수준을 매우 높다고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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