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주요20개국(G20)이 나서 단일한 기준의 글로벌 금융감독·규제 전략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글로벌코리아 2010’ 국제 학술세미나에서다.
세션1 주제 발표자로 나선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 금융규제에 있어 하나의 국가가 총체적 국가전략을 정할 수는 없다”며 “G20이 이를 글로벌하게 조율해 진정 국제적인 규제감독에 나서야 한다 ”고 강조했다.
과거 전 세계의 자금이 미국으로 몰렸던 이유는 미국이 최대 경제대국이거나 미국의 금융시장이 최고여서가 아니라 규제가 가장 약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로고프 교수는 “자금은 규제가 약한 곳으로 흘러가게 돼 있는데다 과거 미국이 하던 구습 그대로 하도록 둬선 안 된다”며 “국제사회와 맞춰 균일한 규제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은행이 규제보다 앞서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규는 마련하되 어느 정도 시스템 내 유연성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G20이 무력한 정치기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G20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이라며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로고프 교수는 “G20 국가들이 자국 금융기관에 대해 엄청난 규모의 지급보증을 실시하고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과거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금융위기 이후 시차를 두고 국가부채 위기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티에르 드 몽브리안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장도 “금융위기는 항상 부채누적에 의해 반복돼 왔다”며 국제적인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로고프 교수 의견에 동조했다.
몽브리안 연구소장은 “과도한 부채누적에 기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념적인 실패의 결과이기도 하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금융과 경제에 대한 장기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을 갖는 한편 경제학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은행규제방안인 ‘볼커 룰’이 세계 각국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 교수는 “10년 전 동아시아 경제 위기가 발발했을 때 미국인들은 너무 자만했는데 결국 경제가 붕괴됐다”면서 “현재 미국에서 볼커 룰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됐으며 이와 비슷한 룰을 전 세계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어진 세션2에서는 과거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에크하르트 도이처 개발원조위원회(DAC) 원장은 “50년 전 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원조위원회의 주요 공여국이 됐다는 것은 기본적이고 충실한 원칙을 통해 개발 원조를 효과적으로 썼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선진국이 개도국의 개발협력을 위해 노력한 결과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최근 수년간 금융위기로 인해 이 성과마저도 개발협력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고 밝혔다.
이에 취약점 개선을 위해선 개발협력이 개도국의 생산능력 향상, 특히 민간중심의 경제발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만 개도국이 자립심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개도국의 개발협력이 ‘원조’ 자체가 아닌 ‘원조에 의한 개발효과’에 초점을 맞춰야 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개발협력 프로그램이 앞으로 체계적인 시스템과 더불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조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개발이 달성될 때만 평가할 수 있다”며 “개발과정에 얽힌 많은 국책 단체들은 자체적 아젠다와 절차에만 몰입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빈국에 필요한 방향과 전략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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