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그린 뉴딜 정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8년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저탄소 녹색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 까닭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지구온난화와 온실가스 규제 문제가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전 지구적 차원의 녹색사회로의 전환에 필요한 제도적, 물질적 조건도 빠르게 마련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이 과거 200여년 동안 지속된 화석연료 시대와 미래 녹색시대를 연결하는 아주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 주요국의 그린 뉴딜
세계 각구의 녹색 산업 관련 투자는 크게 두가지의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기적으로 최근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녹색투자를 확대하는 이른바 녹색경기부양이 첫번째 흐름이고, 장기적으로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엔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두번째다.
중국과 미국은 단기적인 경기부양 목적의 녹색투자 규모가 가장 큰 국가다.
중국은 2010년까지 2180억 달러를, 미국은 이 기간까지 1172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그린 뉴딜' 투자 규모는 59.9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경기부양 목적의 재정지출 중에서 녹색투자 비중은 78.7%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 다음으로 유럽연합(EU)의 녹색투자 비중이 63.7%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반면 중국(33.6%), 노르웨이(31.0%), 호주(21.3%) 등은 비중이 훨씬 낮으며 미국도 12%에 불과하다.
투자 내용에서는 그동안 녹색전환 준비를 잘 해온 EU의 강세가 뚜렷하다.
유럽연합은 2020년까지 에너지 소비효율을 20%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20%로 확대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 감축하는 내용의 '20-20-20' 정책은 전세계의 녹색성장 목표의 기준점이 됐다.
영국은 향후 10년간 180조원의 투자를 통해 2015년까지 발전 사업자들이 최소 15.2%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독일은 친환경 산업정책을 통해 산업전반화해서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반면 미국은 정유업계 등 산업계의 반발로 교토의정서 합의에도 빠지는 등 녹색성장에 소극적이었다가, 지난 2009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이루기 위한 고속철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경기부양 자금 80억 달러를 포함해 1020억 달러의 예산을 통해 지역별 고속철도 건설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중국 중서부에서 사라지는 자동차는 약 100만대에 달한다.
중국은 지난해 6000억 위안에 이어 올해부터 3년간 매년 7000억 위안을 투입해 철도 인프라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녹색 뉴딜과 글로벌 기후변화대응 질서 구축을 계기로 전지국적 패러다임 전환의 큰 바퀴가 구르기 시작했담"며 "그 어느 누구도 쉽게 녹색사회를 향한 대장정을 멈추거나 되돌리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조 수석연구원은 또 "다가올 10년은 과거 200여년 동안 지속된 화석연료시대와 2020년 이후 미래 저탄소 녹색성장을 연결하는 접점이 될 것"이라며 "중대한 시대사적 의미를 갖는 기간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 정부의 역할 커져
약 80년 전, 자유주의 경제의 불황극복을 위해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강조했던 뉴딜정책처럼 '녹색 뉴딜'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크게 강조된다.
특히 녹색뉴딜 정책은 전세계의 녹색전환 속도와 우선순위 등을 공조해야 하는 과제까지 부여됐다.
더 많이, 더 크게, 더 빨리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성장의 지름길로 이어진다는 기존의 생각을 180도 바꿔야 하는 '개혁 운동'까지 담아내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의 역할은 크게 법 제도 정비와 각종 인프라 마련 등 민간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경기 규칙'을 만드는 일부터 공공서비스 전반에 녹색가츠를 구현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녹색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일, 녹색산업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세금융제도 마련 등의 임무가 주어진다.
특히 녹색사회로의 전환에 수반되는 사회적 갈등과 충돌을 방지하고 조정하는 일은 향후 정부의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녹색사회의 핵심가치가 되는 지속가능성 문제를 잘 이해하고 실행하는 정부, 녹색 상상력에 충만한 정부를 갖느냐가 글로벌 국가경쟁의 최종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