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축 등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전쟁터다. 수익성이 낮아지니까 LH(토지주택공사)도 사업에서 손 떼고 나갔고, SH(공사)도 사업을 포기하기 직전이란 얘기가 돈다." (청계천 상인 J씨)
강북 도심을 산소공급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초록띠 공원조성사업이 난항 중이다. 사업시행인가를 목전에 두고 도처에 지뢰밭이다.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목록에 등재된 종묘의 보전을 위해 현재 초록띠와 맞물려 추진 중인 세운상가 정비사업의 건축물 높이에 제동을 걸고 있다. 서울시는 종묘 맞은편 세운상가 부지에 들어설 주상복합 건물의 높이를 당초 122m에서 99m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수정안을 문화재청 소위원회에 상정했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문화재청은 건물 높이를 더욱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 측은 사업성 저하로 더 이상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또 내일(10일)소위원회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본위원회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릴 지도 불확실하다. 일각에선 세운상가 반쪽만 철거한 상황에서 재정비사업이 표류, 흉물스럽게 방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보상계획이 마련됐던 2단계 구간 중 세운 4구역 등 재촉지구로 지정된 3곳의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4구역과 5-1구역의 경우 주상복합 건물의 높이가 최고 122m에서 99m로 낮아지고 아파트 건립 가구수도 당초(600여 가구)보다 127가구 가량 줄어든다.
수익성이 낮아지자 SH공사와 함께 5-1구역의 공동시행자로 참여했던 LH공사가 사업을 포기했다. 4구역의 경우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변경절차 진행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2구역의 경우에는 지주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평당 2억원이 넘어가는 지분을 넘겨도 수익성이 없다는 것이다.
청계천 상인 C씨는 "이미 보상이 마무리 된 예지동(4구역)은 철거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인 데다 보상비를 받은 상인들이 여전히 남아 장사를 하는 데도 SH나 서울시는 수수방관 하고 있다"며 "또 수익성이 낮아져 SH가 사업을 포기한다는 소문이 돌자 지주들도 사업에 동의를 하지 않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행자가 정해진 4구역과 5-1구역(SH)외 세운 2,3,6 구역의 사업 시행을 SH 등과 협의 중이다."며 "사업시행인가 이전에 시행자 중도 이탈과 고도제한 등의 문제가 불거져 사업 진행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또 사업이 진행된다 해도 분양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에 SH공사가 지주들을 설득해 일반분양분을 줄이는 등 사후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운 초록띠 공원' 조성사업은 1조5000억원을 들여 종로와 청계천, 을지로, 퇴계로 사이 세운상가군 8개동을 철거하고 폭 최대 90m, 길이 약 1㎞의 대규모 도심 녹지축을 만드는 것이다. 시는 종로, 을지로 등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사업 부지를 5개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하고 3단계로 나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