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눈높이 낮춰도 갈 곳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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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1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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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맞춤형 일자리 정책' 효과는
구직자들, 현실성 없는 대책에 불만...전문가 "지속가능한 대책안 필요"

J(가명·27)씨는 본인을 3년 차 백수라고 소개했다. 졸업 첫 해 서른 군데 기업에 원서를 넣었지만 서류 합격도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올해부터는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부모님께 손 벌리기가 미안해서다. 그러나 월 35만원짜리 고시원비를 제하고 나면 용돈으로 쓰기도 빠듯한 벌이다.

J씨는 2008년 2월 서울 소재 명문대의 국문과를 졸업했다. 눈이 너무 높아서 취업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J씨는 "눈을 낮춰 중소기업에 지원해 최종합격을 했었다. 70만원 받으면서 6개월 인턴과정을 거쳐야 하고 정규직 전환 후 연봉은 1600만원이라고 했다. 결국 입사를 포기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결국 작년부터 공무원 시험으로 방향을 틀었다.

올해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다. 그 일환으로 '2010 고용회복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다. 그 중 취업 장려금 지원제는 눈에 띄는 제도.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에 구직자들의 취업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4만 명의 구직자가 취업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154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그러나 정작 청년층 구직자들은 정부의 이러한 일자리 정책에 불만을 토로했다.

7전8기 끝에 취업에 성공한 A(37)씨는 "'졸업 후 백수'라는 꼬리표가 붙어서는 안된다는 주변의 조언에 눈높이를 낮춰 충남 국가산단내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 취업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백수를 면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낀 것도 잠시. A씨는 청소에 허드렛일까지 회사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해야 했다. 회사 사정상 전공을 발휘할 엄두는 언감생심. 회사에 비전이 없다는 것은 A씨를 더욱 괴롭혔다. 결국 A씨는 회사를 그만뒀다.

A씨는 "정부는 구직자들에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나도 중소기업에 취업을 해 봤다. 그런데 중소기업 취업 지원이나 청년인턴제는 구직자들이 원하는 대책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J씨는 "국문학 전공이라 지원자격조차 주어지지는 않는 경우도 많았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면서 "눈을 낮춰도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재수 끝에 은행에 입사했다는 K(26·여)씨는 "중소기업은 일도 많이 시키는 데다 연봉도 적다. 언제 벌어서 결혼하고 집을 장만하나. 이런 상황에서 누가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려고 하겠냐"고 말했다.

이처럼 청년층 구직자들은 "실효성 있는 맞춤형 일자리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일자리를 기피하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 보조금을 통해 중소기업 취업을 독려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직자들을 중소기업으로 끌어들인 만한 현실적인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K씨는 "설사 중소기업에 취업하게 되더라도 곧 이직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의 양만 늘릴 것이 아니라 정말 만족하면서 다닐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석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업 장려금 제도는 다른 재정사업과 달리, 구직자가 눈높이를 낮추고 직업을 더 열심히 찾는 등 '행태 변화'가 있어야만 성공한다"고 말했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임금도 많이 주면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면서 "결국 장기적으로 성장정책과 서비스업의 규제완화를 추진해 일자리 매칭을 맞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오는 20일까지 새내기 대졸자가 취업될 때까지 돕는 취업컨설팅 대전(大戰)을 실시하고 있다. 구직자와 전문 컨설턴트를 1대1로 묶어 구직자에 꼭 맞는 직업을 찾아주는 취업지원 프로젝트다.
 
한 고용 전문가는 "정부가 그동안 수많은 정책을 내놓았지만 별반 나아진 기미가 없다"면서 "고용목표 수치에만 급급해 하지 말고 지속가능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김선환·권영은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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