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을 갖고 있는 곳에 사외이사와 감사 등을 추천했지만 번번히 쓴 맛을 보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지분을 팔고 나간 것이 되레 주가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평가마저 나오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지배구조를 개선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그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12일 서울 흥국생명 빌딩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2009년 회계연도 결산배당과 감사선임 안건대로 이사회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태광산업은 이날 결산배당금을 경영진이 제시한 주당 1750원으로 확정했으며 회사측이 선임한 이사가 모두 임명됐다. 대한화섬도 경영진이 제시한 주당 750원의 결산배당안과 감사선임안을 확정했다.
주주총회에 앞서 장하성 펀드는 배당 증액과 독립적인 감사 선임을 요구하며 서울중앙지법에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이날 주총에서도 소액주주들을 모아 표대결에 나섰으나 대주주측에 완패했다.
이번 주총 결과는 태광산업 주총에서는 펀드와 합의하에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장펀드가 추천한 전성철 사외이사를 임명한 지난 지난 2007년과는 딴판이다.
지난 2008년까지도 한국전기초자, 한솔제지에 감사를 삼양제넥스 등에 사외이사를 선임시키는데 성공하는 등 장펀드의 위력이 거셌으나, 최근 들어서는 장펀드의 전략이 먹혀들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연말 한국전기초자 사례다. 이 회사 주주총회에서는 장하성펀드가 상정한 유상감자 안건에 대한 표결결과 최대주주인 아사히글라스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특히 장하성펀드가 손을 뗀 것을 환영하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장하성펀드는 공장자동화업체인 에스에프에이 지분 9.79%를 최대주주에 매각했다.
푸르덴셜증권은 "그동안 일부 거래선이 경영권 불안을 이유로 에스에프에이와의 거래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면서 "전방산업의 설비증설과 함께 경영권 안정이 확보되면서 신규수주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지배구조를 투명화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인 장펀드에 이런 평가가 나오다니 아이러니일 수 밖에 없다.
오는 19일에는 장 펀드가 합병 반대의견을 밝힌 일성신약의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
회사측은 이미 상장 계열 의약품 유통회사인 씨스코통상과 합병 작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주총결과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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