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넘치는 은행권, 기업대출로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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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1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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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달새 2조3천억 증가, 대기업대출 위주 <BR> 일부는 만기 은행채 상환에 유동성 활용

자금은 넘쳐나지만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은행들이 기업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대기업대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일부 은행은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상환하는 등 부채 규모를 줄이는 데 유동성을 소진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은행 등 주요 5개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349조356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2540억원 가량 증가했다.

지난 1월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이 1조446억원 줄어들면서 1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기업대출 중에서도 대기업에 대한 대출 증가세가 눈에 띈다.

지난 1~2월 신한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711억원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대기업대출은 2154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중기대출이 1560억원 늘어나는 동안 대기업대출은 3990억원 급증했다.

하나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도 2574억원 증가했다. 반면 국민은행은 중기대출이 3541억원 늘어난 데 반해 대기업대출은 3975억원 줄어들었다.

중기대출 증가액의 대부분을 기업은행이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간 동안 다른 은행들은 대기업대출 영업에 주력한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예대율 규제까지 강화하면서 가계대출은 사실상 얼어붙었다"며 "수익을 낼 때가 대출 밖에 없는 만큼 기업대출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은행 입장에서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다"며 "국공채 등 채권 운용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기업대출이 유일한 활로"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특히 리스크가 높은 중소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기업 쪽으로 대출이 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부담스럽다. 실제로 A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올 들어 0.15%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의 기업금융담당 임원은 "연초부터 중기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이어지고 있어 영세한 협력업체들부터 타격을 받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부 은행들은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해 채권 상환에 나서고 있다. 만기 도래 채권의 경우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 차환하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최근에는 상환을 선택해 부채 규모를 관리하는 모습이다.

올 들어 국민은행의 은행채 잔액은 1조17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1조6000억원과 1조4000억원 줄어들었다.

한 은행계 연구원 관계자는 "자금이 남아 돌 때 일단 빌린 돈부터 갚자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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