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탁의 유통 인사이드] 막걸리와 금기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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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1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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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막걸리업계 종사자들은 꼭 지켜야 할 금기사항이 있다.

경쟁사 제품 깍아내리기가 바로 그것이다.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경쟁을 하다보면 으례껏 경쟁제품 약점을 들춰내기 일쑤다

심지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 없는 약점도 찾아내느라 분주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런 통념에 반하는 일이 막걸리업계에서는 일어나는 것일까.

그만큼 막걸리 품질력이 허약하다는 방증이다.

상대방 흠집내기는 결국 시장공멸로 이어질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즉 상대방을 공격하다 보면 소비자들은 막걸리 자체에 불신을 갖게 된다.

이는 곧 막걸리 판매 급감으로 이어져 동반추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간 시장에서 외면받던 막걸리가 웰빙 열풍을 타고 지난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대반전의 상황이 연출됐던 상황을 상기시켜보면 이를 쉽게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건강을 챙기는 민족도 드물다.

생활비에 쪼들려도 몸에만 좋다면 뭐든지 먹는다고 한다.

하물며 막걸리인데 소비하지 않을 리가 만무다.

품질은 그냥 그저 그러한데, 건강이 막걸리 열풍의 매개체 역할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비야냥도 나온다.

대한탁주협회에 등록된 국내 막걸리 양조장은 700여 곳.

몇몇 업체를 제외하면 생산 시설은 일제강점기 때 만든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시스템이나 기술 수준 모두 열악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초 국내 유명 한 주류사가 일본에 막걸리 수출을 해 일본 현지인들부터 냉대를 받았다. 

당시 일본 열도는 막걸리 열풍이 불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회사 측으로선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는 후문이다.

제품 차별화는 뒷전인 채 지역의 한 양조장 막걸리를 내다파는 수준에 불과한 점이 단초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주류만큼 유행에 민감한 품목도 없다.

최근 10년동안에만 해도 과실주, 기능성 약주 등이 2∼3년 반짝 인기를 끌다가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 사례도 있다.

이제 막걸리가 스테디셀러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제조기술은 물론 시스템 자체까지 확 바꿔야 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일단 현황 파악이 중요하다. 주류 업무를 원칙적으로 관장하고 있는 국세청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또 제조 면허, 원료.생산.유통까지 온통 규제 일색인 주류산업 규정도 손댈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과도한 규제 때문에 술 산업을 하지 못하겠다는 현지 생산업체들의 볼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상황이다.

대다수 양조장들은 시설이 낡고 영세해 세계적인 명주 양조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

이런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막걸리의 세계화를 기대하는 건 요원한 일이다.

아주경제 진현탁 기자 htj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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