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는 더 이상 ‘논란의 교사집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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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2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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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
언제부터인가 전교조는 우리사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참교육’을 외치고 나온 그들이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한데, 오히려 사회와 학부모들로부터 우려와 경계의 대상이 된 것은 유감스럽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학부모들은 학기초가 되면 혹시 자신의 자녀가 전교조 교사의 반에 배정되지는 않을까하며 전전긍긍한다. 심지어는 진보 성향의 지식인들조차 사석에서는 자신의 자녀가 전교조 교사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고 실토할 정도다. 그러니 학부모들이 자녀의 담임교사가 전교조 교사인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죽은 사람의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왜 살아있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전교조 교사를 알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의 욕구가 강렬하다면, 자발적으로라도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도리다. 그럼에도 전교조는 자신들의 명단공개를 완강하게 반대해 왔다.

전교조의 ‘참교육’도 교육수요자의 선택에 맡겨야

이 문제와 관련, 법제처는 최근 "교사들의 교원단체·노동조합 가입 실명(實名) 자료는 기본적 인권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교조 가입교사 명단 제출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명단을 넘길 예정이다. 이제 국회를 통해 학부모들도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가 어떤 단체에 가입해 있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전교조는 어차피 참교육을 내걸고 출범한 교사단체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정체에 대하여 숨길 것도 없고 또 숨길 일도 아니다. 불법집단도 아니고 비밀조직도 아닌데, 왜 자신들의 이름이 공개되는데 대하여 그토록 꺼려하는 것인가. 이름이 공개되면 박해를 받을까봐 그런 것인가. 혹시 박해를 한다면 누가 한다는 것인가. 전교조가 합법적인 조직인 만큼 정부가 박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가 그들을 기피한다면, 그것은 전교조 교사들을 박해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수요자로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셈이 아니겠는가. 시장에서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사지 않거나 반품을 하겠다고 해서 문제의 상품을 박해한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호하지 않는 상품을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이유가 없는 것처럼, 학부모도 원하지 않는 교사들에게 자신의 자녀들을 ‘억지춘향’처럼 맡길 이유는 없다.

예상한 대로 전교조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교원이 어떤 단체에 가입해 있는지에 따라 교사의 교육 내용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 말을 했지만, 과연 스스로도 믿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혹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말은 아닌가. 특정 단체가입 여부에 따라 교육내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그들의 말을 믿기에는 현실은 많은 반례들로 가득 차 있다. 차라리 그들이 노동자들의 조직인 민노총이었다면, 교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전교조 교사들의 反대한민국적 교육

전교조 교사들은 판단력이 부족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교실 밖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언행조차 언제나 교육현장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어른들 사이에서는 정부비판이나 촛불집회찬성 혹은 빨치산 예찬도 별 부담 없이 할 수 있다. 어른들에게는 비판적 사고능력이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제자들을 빨치산 추모 행사에 인솔해 가거나, 촛불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의 수행평가 점수를 높여준다고 할 때, 또 학력평가 시험을 치르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종용할 때, 아이들로서는 “우리 선생님이 그랬어요”하면 끝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이나 행동이 옳기에 믿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말이고 행동이기에 믿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선생님의 권위’이다. 교사들이 하루에도 서너 번씩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아야 하는 것도 바로 이 ‘선생님의 권위’때문이다.
전교조가 단순한 동호인 조직이라면 자신들의 모임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조직이라면 달라야 한다. 가뜩이나 전교조 교사들에게 있어 미국을 사악시하는 반미주의경향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또 대한민국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 표출과 더불어 반인권적인 북한체제에 대한 관대한 평가도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국가나 국기에 관한 맹서는 외면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만 부르니 비난을 받는 것이다. 특히 자유가 꽃피고 번영을 이룬 나라에서 순진무구한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잘못된 나라”라거나 “우리가 존경해야할 인물은 빨치산”이라고 가르친다면, 그것은 아이들에게 진실과는 전혀 다른 ‘허구의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다.
문제는 이것이 전교조 교사 한두 명의 일탈행위가 아니라 전교조 전체의 경향에서 묻어난다는 점에 있다. 시국선언만 해도 그렇다. 자신들이 지지해 온 노무현 정부 때는 잘못이 있어도 침묵하다가 자신과 성향이 다른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시국선언을 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니 어떻게 정치성향의 집단이 아닌 교육자 집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교사의 정치적 신념이 교육을 오도할 수는 없다

전교조가 교육정책에 있어 일정한 철학과 비전을 갖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평준화를 지지하고 경쟁체제를 비판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집단 무료급식을 옹호하는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들이 대한민국 안에서 막대한 혜택을 누리고 있음에도 그 대한민국이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나라’라는 것을 부정하고 “처음부터 잘못된 나라”라고 주장한다든지, 근본주의 성향의 반미주의를 부추기며 북한의 사악한 반인권체제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전교조 선생님’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 ‘대한민국 선생님’이라고는 할 수 없다. 파당적 정치에 대해서는 초연해야 할 교사들이 정당인처럼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집단적으로 호불호를 공적으로 표명한다면 정파적 행동일 뿐, 교육자로서의 행위는 아니다.
우리는 그런 점을 반성하면서 전교조 교사들이 환골탈태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보인 자신들의 행위가 옳다고 강변한다면, 사회와 학부모들이 그들의 행위에 대하여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놓는 것이 옳다. 바로 그것이 전교조 교사의 명단공개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출처 : 한국선진화포럼 선진화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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