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MB와 후쿠다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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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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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민 편집위원(日 문예춘추 서울 특파원)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관련 발언이 정국의 이슈로 재등장했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2008년 7월 일본 홋카이도에서 주요 8개국(G8) 확대정상회의가 열렸다. 이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당시 일본 총리가 회의장에 서서 환담하는 자리에서, 후쿠다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에 '다케시마를 (일본 영토라고)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008년 7월 15일자로 보도했다.

당시 청와대는 요미우리 보도는 '사실무근이다'고 밝혔고, 일본 외무성 고다마 보도관은 기자회견에서, '보도된 것과 같은 대화가 오고 간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보도에 대해 시민 1886명이 요미우리신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국민일보는 지난 10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는 허위 사실이 아니고 사실정보에 근거하지 않은 채 보도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당시 아사히신문도 표현은 조금 다르나 요미우리와 같은 취지로 보도했다"는 내요의 준비서면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2008년 일본 외무성 보도관이 기자회견에서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며 당시의 해명을 되풀이했다. 17일에는 "우리 정부가 해당 신문사를 상대로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소송 등이 독도를 국제 분쟁화시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해명은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는 모순되는 말이다. 요미우리가 한국 법정에 반론자료를 들이밀고 있는데 청와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사태를 지켜보면서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2008년 7월 당시도 그랬고 이번에도 청와대는 왜 요미우리에 대해 '정정 보도 요구'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보도한 당사자인 요미우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왜 계속 남(일본 정부)의 말만 빌려서 해명하고 있는가? 전혀 설득력이 없는 말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국제분쟁화시켜서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는데, 일반론으로는 맞는 애기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한국 정부가 요미우리를 직접 상대해서 이 사태를 명확하게 매듭짓는 것이 오히려 국제분쟁화 소지를 없애는 것이다. 그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문제의 발언을 했느냐, 안 했느냐는 것인데, 2008년 9월호 문예춘추 기사에도 이 대통령이 "지금은 시기가 나쁘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와 청와대의 대응자세, 요미우리신문이 한국의 법정에 제출한 자료 내용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이 문제의 언급을 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이 대통령의 그런 발언이 나왔을까?

전 국민적 관심사인 독도를 일본이 교과서에 표기하려는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이 국내의 여론 악화를 의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는 현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혹독한 몸살을 앓던 때다. 7월 광우병 정국이 좀 수그러들 무렵인데, 다시 독도문제가 터진다면 국정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초래될 것을 우려해, 그런 발언이 나오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과거 대통령들은 지지율이 떨어질 때 역사문제나 독도문제 등의 발언으로 국민정서를 자극해 지지율을 끌어 올리려했던 측면이 있었다. 이번 사안의 성격상, 이 대통령이 지지율 때문에 독도를 이용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왜 국정 최고 지도자들은 독도문제를 여론과 상관없이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인가?

둘째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일본 정부 관계자가 의도적으로 언론에 '리크(leak, 언론에 흘림)'했을 가능성이다. 한국 측의 반응을 떠보면서 독도를 둘러싼 여론 악화를 노렸을 수 있다. 그리고는 외무성이 나서서 요미우리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사태를 진화한 것이다. 뺨 때리고 달래는 격이다.

'기다려 달라'고 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절대 놓아서는 안 될 일생일대의 패착이었다. MB가 노회한 후쿠다에게 완패한 한 판이었다.

아주경제 박승민 편집위원 (日 문예춘추 서울 특파원) yous11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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