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취임 후 1년 동안 국내외를 막론하고 계열사 사업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스킨십 경영'을 실천했다. 지난해 6월엔 자구안을 전격 발표, 유동성 우려를 잠재우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적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밥캣(DII)은 언제든 그룹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다른 오너 회장들에 비해 강력한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 역시 박 회장이 풀어야할 숙제다.
◆예상을 뛰어넘는 행보
취임 이후 1년동안 박 회장의 출장 횟수는 21회로 이동거리만 총 10만1000km, 154시간에 달한다. 이는 현장 경험이 다소 부족하다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두산 관계자는 "취임 초기만 하더라도 '의사 출신 CEO'라는 수식어가 박 회장을 따라다녔지만 지금은 '현장경영 전도사'로 불린다"며 "거의 매달 출장 일정이 잡혀있다"고 귀뜸했다.
특히 지난해 6월 발표한 자구안은 시장의 예상을 뒤집었다. '경영인 박용현'을 새롭게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두산은 두산DST, 삼화왕관(사업부문), SRS코리아(버거킹ㆍKFC) 등 3개 계열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 49%씩을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 중소형 건설장비업체 밥캣을 인수하면서 생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시너지 효과가 적은 계열사를 과감하게 떼어내어 주력 계열사에 집중하겠다는 박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두산 담당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들 기업들은 고 박두병 명예회장과 박용곤 명예회장, 박용성 전 회장이이 일궈놓은 알짜 계열사들"이라며 "박 회장의 결단이 빛났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과감한 인수합병(M&A)에 나섰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9월 글로벌 발전설비 업체인 체코 스코다 파워를 4억5000만 유로에 전격 인수했다.
◆'2% 부족'한 박용현 회장
철저하게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박 회장의 경영방침도 밥캣의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밥캣은 지난해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온 주범이다.
실제로 두산의 영업이익률은 2006년 6.4%에서 2009년 4.5%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주요 계열사(두산ㆍ두산중공업ㆍ두산인프라코어ㆍ두산건설ㆍ두산엔진ㆍ두산메카텍) 순차입금은 2억5000억원에서 6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박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불투명한 경기 상황 아래에서 재무건정성이 더욱 중요하다. 국제회계(IFRS) 기준에 맞는 재무건정성 확보를 해야한다"는 경영방침과도 역행하는 흐름이다.
강력한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그가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ㆍ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오너경영자들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면서도 "오너가 출신인 박 회장은 신규 사업에서 강력한 리더십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두산중공업 담수BG(Business Group)는 지난해 'Water BG'로 이름을 바꿨다. 기존 해수담수화 중심에서 물 관련 사업 전반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카롤로과 기술협약도 맺고, 중국ㆍ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대규모 물처리 프로젝트 수주에 나섰다.
하지만 글로벌 1위에 올라선 해수담수화 분야와는 달리 하수나 폐수를 산업 및 생활용수로 정화해 사용하는 물처리 사업에서는 아직 수주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영일 HMC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밥캣은 매출의 80% 정도를 미국과 유럽 시장에 의존하고 있어 시장수요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2012년 11월 만기도래하는 전환우선주 8억 달러에 대한 풋옵션(Put Option) 리스크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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